단기수출보험을 민간업체에게 개방하게 되면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국회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라 나왔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무역보험공사(무보)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노영민 의원은 단기수출보험을 민간 개방할 시, 해외 신용보험사에게 시장이 잠식당하고 중견·중소기업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지난해 11월 발표된 AT커니의 연구용역 ‘단기수출보험 민간개방 방향성 수립’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민간보험사가 우량 대기업에게만 선별적인 영업을 실시해 중소기업의 보험지원이 축소되고 보험료가 인상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캐나다의 경우 단기수출보험을 민간에게 개방한 뒤 국외 보험사가 시장을 장악해 연간보험료 5000달러미만 기업은 보험가입이 제한되는 등 중소기업에게 피해가 발생했다며 단기수출보험의 민간개방은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노 의원은 밝혔다.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도 AT커니의 보고서를 인용, “단기수출보험은 민간손해보험사의 관점에서 보면 매력적이지 않은 시장이다. 시장 규모가 작은데다 손해율도 높기 때문”이라며 “민간손보사들이 진출한다고 해도 대기업이나 선진국 시장과 같이 저위험 영역을 준비할 가능성이 높아, 고위험군에 속하는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단기수출보험 개방으로 인한 부작용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소기업 육성책과도 상반된다. 이 사안이 금융위원회 허가사항이라 산업부가 협상과정에서 끌려 다니는 것 아니냐”며 “단기수출보험 민간개방은 수출실물경제와 중소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의원이 무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보는 지난해 수출기업 등에 203조6802억원의 보험 및 보증을 지원했으며 수출업체의 무역보험 이용률은 24.1%다. 이중 단기수출보험은 177조7129억원으로, 무보 전체 무역보험 지원 실적의 87%를 차지한다.

단기수출보험 민간개방은 금융위원회의 발표로 구체화 됐다. 금융위는 지난해 8월 정책금융 개선방안을 세우면서 단기수출보험 규모 중 무보가 차지하는 비중을 2017년까지 60% 이내로 축소하고 40%를 민간업체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단기수출보험은 무보 본연의 역할과 맞지 않고, OECD 가입국 중 95%가 민간보험사에서 단기수출보험 업무를 맡고 있다는 점이 개선 이유였다.

그러나 민간개방이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수익 규모나 손해율을 감안하면 단기수출보험 사업에 진입할 수 있는 손보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등의 대기업이기 때문이다.

 

노영민 의원은 “국가를 재벌에게 넘기는데 혈안이 돼 있는 것 아니냐”며 “무보에서 단호하게 금융위에 철회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의원들의 지적에 무보 김영학 사장은 “단기수출보험의 민간개방은 재벌 일감 몰아주기, 국부유출, 중소기업 지원 문제 등이 걸려 있어 지속적으로 금융위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조금 더 강하게 민간개방의 어려움을 전달하도록 하겠다”며 “우려점이 해결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개방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