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 페이퍼컴퍼니 통해 거액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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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페이퍼컴퍼니 통해 거액 대출 산은, 조세회피처 대기업 페이퍼컴퍼니에 6.5조 빌려줘

기사입력2014-10-21 12:47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한항공, 한진해운, 현대글로비스 등 대기업들이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산업은행으로부터 거액을 대출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현대글로비스, 대한항공, SK해운,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대기업이 조세회피처에 세운 251개 페이퍼컴퍼니에 2008년부터 2013년 사이 6조5000여억원을 대출(외화)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 6년간 산업은행 외화대출 총 28조8804억원중 23%에 달하는 금액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 ©중기이코노미

현대글로비스는 파나마와 마샬군도에 ‘GLNV1 Shipping(지엘엔브이일쉽핑)’ 등 21개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총 3556억원을 대출받았다. 대한항공은 케이만군도와 파나마에 ‘KE2013 B777’ 등 20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총 8305억원을 대출받았고, 한진해운은 파나마에 ‘HOL Shipping SA’등 28개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총 8602억원 대출받았다.

이러한 대출방식은 전형적인 ‘선박금융’의 한 형태로, 글로비스나 대한항공 등 선박·항공사는 조세피난처에 SPC를 설립하고, 산업은행은 이 SPC가 선박이나 항공기 등을 구입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대기업들이 그 SPC와 계약을 맺어 비용을 지급하고 선박·항공기를 빌려 운행한 뒤, 산업은행은 그 SPC로부터 이자 및 원금을 받는 구조다.

편의치적(便宜置籍)

선주가 소유하고 있는 선박을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자국에 등록하지 않고 제3국에 치적하는 것을 말하며 파나마, 리베리아, 바하마 등이 편의치적국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해운사나 항공사들이 세금 절감이나 인건비 절약, 국가간 각종 규제회피를 이유로 조세회피처에 SPC를 만들어, 그 SPC가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선박 및 항공기를 구입한 뒤, 선박 등을 조세회피처에 ‘편의치적’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관행이라고 한다.

그러나 지난 2013년 5월 관세청은 ‘선박·해운업계의 조세피난처 페이퍼컴퍼니 선박 등록을 통한 운항수입 해외 은닉’ 등을 조세피난처 불법자본유출 유형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조세회피처 설립 법인들의 역외 탈세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고, ‘편의치적국(조세회피처)’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가 선박회사나 항공사로부터 받은 선박·항공기 사용료 등을 동 법인의 다른 명의 계좌에 은닉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글로비스나 대한항공 등 실질차주가 산업은행에 대출금을 상환하고 난 뒤 그 선박이나 항공기를 국내로 들어올 경우 취득세 감면 등 조세포탈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고 문제제기했다.

이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책금융기관이 일부 대기업들이 조세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에 대출하는 것이 국제적 금융관행이라 할지라도, 이들 페이퍼컴퍼니의 운항 수입 등이 은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후관리가 필요하다”며, “산업은행은 사후관리 차원에서라도 국세청, 관세청 등과 협의해 대출을 실행한 조세회피처 소재 SPC에 대한 역외탈세 여부 등에 대해 전수조사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