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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도 무시하는 ‘신보’ 중기 보증 외면 신용 우량 89%, 저신용 11% 편중 심각…“설립취지 어긋나”

기사입력2014-10-23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신용보증기금 본사 ©중기이코노미

신용보증기금이 감사원 지적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대한 보증을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이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신용등급별 일반보증 증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우량 신용등급에 대한 보증비율이 전체의 88.5%인데 반해 저신용등급에 대한 보증비중은 11.4%에 그쳤다.

신용등급별 신규 보증액 비율

<자료=김기준 의원실>

김기준 의원은 “경기침체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거나 비교적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에 대해 신보가 보다 적극적으로 자금 지원에 나서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을 외면하고 있다”며 “신보가 비우량 신용기업에 대한 신규 보증공급을 꺼리면 이들은 시중은행에서도 외면 받고 공공기관에서 외면 받아 자금난을 해소할 한 가닥 희망마저 없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재 신보는 자체 개발한 기업신용평가시스템(CCRS)를 통해 기업의 우량 정도에 따라 K1~K15 등급을 매겨 15단계로 기업을 분류하고 있는데 숫자가 클수록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다.

2010년도부터 최근 5년간 연도별 신용등급에 따른 신규증액 보증현황을 보면, K11~K15 등급에 대한 비중이 2010년도 23%에서 2011년 20.2%, 2012년도 19.8%, 2013년도 13.9%으로 매년 저신용등급 기업에 대한 보증비율이 감소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 ©중기이코노미

더 큰 문제는, 신용보증기금이 신용등급 우량 기업에 대한 보증을 줄이고 저신용등급 기업에 대한 보증을 늘려야 한다는 감사원 지적이 있었음에도 이러한 경향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12년 11월 감사원은 금융위원장에게 “신용보증기관에 대한 연도별 업무계획 승인 시 신규(증액) 지원 규모 중 담보력이 미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지원 규모를 구분 승인해 실제 지원이 필요한 중소기업에게 보증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그러나 감사원 지적 이후인 2013년과 올해에도 저신용등급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비율은 여전히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당시 감사원이 발표한 ‘중소기업 금융지원 실태’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신용보증기금은 2007년부터 2011년 사이 신용등급이 양호하거나 우량한 중소기업에게 신규 보증한 비중이 2007년 30.8%에서 2011년 63.5%로 대폭 증가했다. 반면 신용등급이 보통인 업체에 대한 신규 보증은 2007년 56.5%에서 2011년 29.9%로 감소했다. 보통 이하인 업체에 대한 보증비중은 12.7%에서 6.6%로 반토막이 났다.

신용보증기금의 대기업 및 상장기업 대상 보증액 현황

<자료=감사원>

이런 가운데 신보는 기업 자체 신용을 통해 자력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대기업과 상장기업에 대한 신규보증은 늘려왔다. 2007년 3161억원이던 대기업과 상장기업에 대한 보증잔액은 2011년 3259억원으로 늘어났다. 감사원은 이에 대해 “자금이 필요한 중소기업에 대한 보증지원이 줄어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기준 의원은 “보증공급 계획 단계부터 신용등급별 보증 공급액을 설정해 저신용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에 대한 보증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성장가능성은 있지만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위해 만들어진 국가의 정책자금이 본래의 신보 설립 목적에 충실하게 지원되도록 힘쓸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