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술금융 확산을 강조하고 은행들이 하나둘씩 기술금융 도입을 발표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현장에서의 기대치는 높지 않아 보인다. 금융기관의 기술평가 능력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우리 회사는 특별한 특허를 가진 것이 아니어서 기술금융은 남의 얘기”라고 밝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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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IP)금융’ 역시 ‘기술금융’의 일부이긴 하지만, 기술금융이 지식재산권 보유기업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지식재산권(IP) 금융’은 IP대출과 IP펀드로 나뉜다. IP대출은 특허권·실용신안권·디자인권·상표권 등 산업재산권과 저작권, 첨단산업재산권 등의 가치를 평가해 대출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 역시 지식재산권을 직접 담보로 잡는 경우와 신용대출이 있을 수 있다. 지식재산권을 직접 담보로 잡는 담보부 대출은 국내에서 지식재산권을 사고파는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IP펀드란 기업이 지식재산의 소유권을 펀드에 넘기고, 펀드가 지불한 자금으로 사업을 하는 방식이다. 지식재산권을 매각한 뒤 펀드에 특허 사용료를 내게 된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특허를 되사올 수 있는 대여 방식을 택할 수도 있다.

최근 정부가 적극 추진 중인 기술금융은 IP금융과 함께 기업의 종합적인 기술력을 평가하는 보다 넓은 개념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또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 아니라 신용대출의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는 것도 차이점으로 들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1일부터 은행이 기술보증기금의 보증부 대출이나 정책금융공사의 간접대출(On-lending)을 사용할 때 기술신용정보 활용을 의무화했다. 또 내년부터는 신용보증기금의 보증부 대출에서도 기술신용정보를 활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기술신용정보란 기술에 대한 가치를 평가한 종합정보를 의미한다. 기술보증기금의 경우 산업재산권 등 기술에 대한 ‘기술가치평가’, 기업이 특정기술 또는 아이디어를 신규로 사업화하거나 현재 추진 중인 기술사업의 투자를 확대하고자 하는 때에 해당 사업의 기술성과 사업타당성을 평가하는 ‘기술사업 타당성 평가’,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경영환경·사업전망과 함께 평가하는 종합 평가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방침에 따라 은행들도 속속 기술평가에 기반한 대출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이와 함께 의무적용대상 외에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기술신용정보를 활용하는 기술금융 역시 확대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은행의 자체 기술신용평가 능력을 제고하기 위해 경영실태평가항목에 기술신용정보 활용정도를 반영하고, 은행 자체 기술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할 경우 내부등급법 승인 등을 통해 외부 기술신용정보 활용을 대체해 나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은행들 기술평가 기반 대출상품 출시 잇따라

이같은 정부방침에 따라 은행들도 속속 기술평가에 기반한 대출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말 기업의 기술경쟁력 및 기술 사업화 역량 등을 평가해 우수 기술력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기술평가(TCB) 우수 기업대출’을 출시했다. 대상은 신한은행 신용등급 BB 이상,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기술신용등급 B+이상인 중소기업이며 최저 5000만원에서 최고 10억원 한도에서 운전자금 또는 시설자금을 지원한다.

국민은행은 지난 8월 ‘새 경제 금융지원 3대 핵심 테마’ 중 하나로 ‘지식·기술금융 지원’을 선정하고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에 대해 업체당 최대 5억원까지 신용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특허청과의 MOU 체결을 통해 지식재산(IP) 금융지원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지식재산(IP) 담보대출 상품도 출시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역시 우리은행 신용등급 BBB0 이상이며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기술등급 T6 이상의 중견·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우리창조 기술우수기업 대출’을 지난 8월 출시했다. 기술평가관련 수수료를 전액 은행이 부담하며, 기업당 대출한도는 별도로 없는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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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은행들이 하나둘씩 정부의 기술금융 확대 방침에 동참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기술금융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8월 902개 제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술금융 도입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37.6%가 기술금융이 “도움이 될것”이라고 응답했다. “보통이다”는 37.3%, “도움 안됨”은 25.1%로 나타났다. 중앙회는 이에 대해 “현재 도입·추진단계에서 기술금융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긴 했으나, 기술금융 지원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기술금융에 대해 기대하지 않는 이유는 “기업평가 시 기술평가 비중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응답이 33.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 “기술력에 대한 금융기관의 이해 부족”(23.8%), “업종별·산업별 자금양극화”(21.6%) 등의 응답이 뒤를 이었다. “중소기업 자체의 기술력 부족” 등으로 도움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응답은 16.6%였다.

기술금융의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정책금융을 통해 보증 등 지원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56.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참여의지”(48.3%), “기술신용평가시스템 안정적 정착”(37.6%)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중앙회는 “기술금융 도입 초기단계이므로, 정책금융기관이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일정부분 해소하고 선제적으로 지원을 확대해야 시중 금융기관의 기술금융 참여가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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