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국내 진출을 앞둔 이케아는 세계적인 홈퍼니싱 기업이다. 집에서 사용하는 모든 것을 판매한다는 방침 아래 가구, 생활용품, 식료품 등 9500여 품목을 판매한다. 하지만 이케아는 월2회 의무휴업 규제를 받지 않는다. 대형마트가 아닌 가구전문점으로 건축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규제 기준이 보다 정교해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중소유통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이들에게 피해를 주는가 하면, 애매한 기준 때문에 사실상 대형마트임에도 영업규제를 받지 않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는 지난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유통분야 추계 통합 학술대회에서 “대형마트 내에서 용역을 제공하는 장소는 영업규제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체계적이지 못한 유통법의 업태 분류와 매장에 대한 정의가 논쟁의 기저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가 근거로 삼는 것은 ‘유통산업발전법 별표 제2조제3호 관련’ 내용이다. 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용역의 제공 장소를 제외한 매장면적의 합계가 3000㎡ 이상인 점포의 집단’으로 ‘점원의 도움 없이’ 물건을 파는 곳이다. 그러므로 상시 직원들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용실, 음식점, 안경점, 사진관 등은 대형마트에 포함될 수 없다는 얘기다.

임대점포 영업규제를 두고 인천시에서는 이미 한차례 논쟁이 오갔다. 대형마트 영업규제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장 관할로, 남동구 및 다른 구에서는 임대매장 영업규제를 하고 남구에서는 자율적으로 풀어준 게 문제가 됐다. 여타 지자체에서는 남구의 임대매장 영업을 풀어주는 것이 위법 행위라며 반발하며 나섰다.

서울시에서도 이 건과 관련해 주무부서인 산업통상자원부에 질의를 했고, 산업부는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의뢰했다. 법제처는 임대점포 여부는 사실인정의 문제로 법령해석의 문제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대답을 미뤘다. 산업부는 여전히 “대형마트에 입점한 임대점포에 대한 사항은 다각적으로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형마트로 볼 것인지 애매한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유통법에 따르면 매장면적의 합계가 3000㎡ 이상인 대규모점포는 ▲대형마트 ▲전문점 ▲백화점 ▲쇼핑센터 ▲복합쇼핑몰 등으로 나뉘는데 이 중 대형마트만 영업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올해 국내 진출을 앞둔 이케아의 경우 집에서 사용하는 전 품목을 취급하는 사실상의 대형마트지만 건축허가는 가구 ‘전문점’으로 받았다. 유통법에서 전문점은 ‘의류·가전 또는 가정용품 등 특정 품목에 특화한 점포의 집단’으로 분류된다. 반면 대형마트는 ‘식품·가전 및 생활용품을 중심으로 점원의 도움 없이’ 판매하는 점포의 집단이다.

전문점과 대형마트를 나누는 핵심적인 기준은 점원의 도움 없이 판매한다는 것인데, 이케아 역시 점원의 도움 없이 소비자가 직접 움직여야 하는 매장인 점을 감안하면 전문점보다는 대형마트에 가깝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은 지난 13일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이케아는 가구 매출과 가구 외 매출의 비중이 약 4대6으로 가구업체라고 알려져 있지만 생활용품 매출이 더 높다”며 “이케아는 창고형 대형할인마트로 지역 상권을 피폐하게 만들 우려가 많은데도 전문점이라는 이유로 영업 규제를 전혀 받지 않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천수 교수는 영업 규제 업태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중소유통업의 보호라는 관점에서 영업규제가 아니라 ‘식품, 가전, 생활용품을 점원 없이 소매하는 점포’라는 대형마트의 업태에 대한 영업규제가 과연 필요한 것인지 검토해봐야 한다”며 “대형마트의 ‘업태’가 규제 대상인지, 대형마트를 개설하는 대기업의 경쟁력이 규제 대상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대기업의 경쟁력이 규제대상이라고 한다면 대형마트뿐 아니라 모든 대형 소매점을 규제해야 하며, 대형마트 내에서 점포를 운영하지만 그만큼의 경쟁력은 갖추지 못한 중소유통업자도 규제를 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