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을 ‘몸으로 때우는’ 노역장 유치 비율은 전체 건수의 3.3%에 불과하지만, 이들로 인해 탕감된 벌금은 전체 금액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금 탕감에도 파레토의 법칙이 적용된 셈이다. 또 ‘황제노역’으로 공분을 산 허재호 회장의 벌금액의 5배인 1500억원을 몸으로 때운 실제 사례도 있었다.

23일 국회 법사위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검찰 벌금 집행실적’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2010년~2013년) 법원이 선고한 한 해 평균 벌금액은 약 5조2000억원이었으나 이 중 현금으로 벌금을 납부한 금액은 한 해 평균 1조3000억원, 24%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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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몸으로 때우겠다’는 식의 노역장 유치 벌금 탕감액은 한 해 평균 3조1000억원으로 전체 벌금액의 60%에 달했다. 벌금 총 건수 대비 노역장 유치 비율이 3.3%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결국 고액 벌금자들의 노역장 유치가 더욱 심하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최근 5년간 노역장 유치집행 1건당 탕감 벌금(유치집행 금액/유치집행 건수)은 831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노역장 유치로 가장 많은 벌금을 탕감 받은 최모씨의 경우 무려 1500억원의 벌금을 탕감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당 5억원 황제 노역’으로 논란을 일으킨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벌금 총액 259억원의 6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최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의 혐의로 2010년 5월 벌금 1500억원을 선고받은 후, 일당 2억원으로 750일을 노역하고 1500억원을 탕감받았다.

이 밖에 검찰이 벌금 납부의무자의 행방을 찾지 못해서 미제로 남아있는 금액도 한 해에 7000억원이 넘었으며, 소멸시효 완성 등으로 불능결정이 되는 경우도 매년 550억이나 되었다.  

서기호 의원은 “고액의 벌금일수록 현금 납입 대신 몸으로 때운다는 풍조가 얼마나 만연돼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1일당 노역금액 상한선을 100만원 또는 1000만원 등으로 정해야 하고, 그로 인해 환산 유치기간이 3년을 넘어갈 경우에도 초과된 벌금을 탕감해주지 않은채 그대로 집행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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