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파문과 관련해 소비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던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말의 무거움을 느낀다”며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하지만 정보유출 사태의 현상과 원인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국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현 부총리는 지난 22일 금융당국의 책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금융 소비자도 정보를 제공하는 단계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며 “우리가 다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냐”는 발언을 한 후 여론의 질타를 받은 뒤 하루만에 사과했다.

24일에는 “공직자는 합리적인 정책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정책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근본적으로 말의 무거움의 중요성을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자는 늘 정책에 대해 피력할 때는 듣는 사람보다는 말하는 사람의 책임이 크다”며 “진위가 어떻든 대상이 되는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면 해명이 아니라 사과를 해야한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현 부총리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말의 무거움”에 대해 느꼈다는 것은 부총리 개인에게 중요한 깨달음일 것이다. 하지만 경제부처의 수장인 경제부총리가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해명하지 않았다.

현 부총리는 “우리가 다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았냐”는 발언을 통해 유출된 개인정보 항목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다. 유출된 개인정보의 경우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금융거래를 할 수 없는 것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번에 유출된 개인정보는 이름, 주민번호, 직장 유무, 직장·자택·휴대전화 번호, 직장·자택 주소 등 총 19개 항목에 달한다. 

이 중 다수는 개인이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카드발급을 포함해 대부분의 금융거래를 할 수 없는 항목들이어서 개인이 정보제공 동의에 신중을 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결제일과 결제계좌,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은 그것만 알고 있어도 카드의 불법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1의 보안 대상이었다는 점도 간과했다.  

 

소비자에게 신중을 기하라는 발언을 한 현 부총리가 정보유출 항목에 대해 파악은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유출된 정보항목들은 정보유출이 발생한 카드사 홈페이지에 접속해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들이다.

현 부총리가 이같은 발언을 한 이유는 분명 있다.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를 포함한 금융사들의 개인정보 수집과 관계사 제공에 대해 꾸준히 감독해 왔고,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서비스 제공을 거부하는 일에 대해서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 결과 개인정보 수집시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조항이 지난해 8월 개인정보보호법에 추가됐다. 또 “최소한의 정보 외의 개인정보 수집에 동의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정보주체에게 재화 또는 서비스의 제공을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이 올해 8월7일 부로 시행 예정이다.

현 부총리는 아직 시행되지 않는 법조항을 근거로, 개인이 ‘최소한의 정보 외에는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알고 행사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갖고 싶지는 않다. 한 나라의 경제수장이자 이번 사태의 최고 책임자가 사태파악도, 법조항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발언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현 부총리는 이런 국민의 우려를 알고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조속히 해명해야 한다. 사람이 말실수를 하는 것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뭐가 말실수인지 파악하지 못하는 경제부총리를 보면 국민들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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