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친구들, 달라요. 절대 돈만 보고 일하지 않아요. 자신이 하는 일이 회사에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 정확히 알고 싶어 하죠. 그것만 딱 알려주면 회사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져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을 새워가며 일을 한다니까요. 하하”

“상사를 설득하고 싶다고요? 보통 부하직원들은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를 설명하는데, 그래선 안 먹혀요. 윗사람들에겐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거든요. 그럴 땐 지금 상황은 이렇고, 내가 이렇게 해 볼 거고, 실행하면 우리 회사가 ‘이렇게’ 된다는 걸 명확하게 보여줘야 해요. 좀 더 큰 시야가 필요하다는 거죠”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를 오가며 ‘화해의 다리’를 놓아주는 남자가 있다. 기업컨설팅 회사에서 시작해 현대증권 벤처투자 애널리스트, 한국MS 마케팅매니저, 네이버 금융TF 팀장, KTB투자증권 신사업본부장 등 다양한 업종에서 쌓은 노하우를 하나씩 전파하고 있는 ‘더 퍼텐셜(www.ThePotential.co.kr)’의 문병용 대표다.

기업 강의와 컨설팅을 제대로 시작한지는 이제 꼭 일 년. 삼성전자, LG, SKT, 신세계, 한국은행 등 대기업과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 강의와 기업 컨설팅까지 범위를 넓혀가는 중이다. 기업 강의도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지만 일단 문 대표의 강의를 한번 듣고 나면 ‘재구매 의사’가 100%에 육박한단다.

강의의 특징은 철저한 커스터마이징이다. 해당 기업에 대해 하나부터 열까지 공부를 한 다음 고객의 상황에 맞춰 강의를 한다. 꼬박 밤을 새워 강의 준비를 할 때도 있다.

“기업 리더십 강의를 쉽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듯한 보따리를 하나 만든 다음 보따리장수처럼 돌아다니며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거죠. 전 그렇게 안 합니다. 회사마다 커스터마이징을 해서 그 회사 직원들에게 무엇이 필요할지 이야기합니다. 어떤 기업에선 강의를 다 듣고 난 뒤 ‘우리 쪽 사람 온 것 아니냐’고 한 적도 있다니까요.”

말만 잘한다고 강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비즈니스 경험이 깔려 있어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병용 대표는 평사원에서 시작해 11년 만에 임원자리까지 올랐다.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엔 항상 밤 12시까지 일을 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기저귀 한번 제대로 갈아줄 시간이 없었다는 ‘못난’ 아빠다.

“일하는 게 정말 재미있어서 회사에 ‘올인’ 했어요. 다양한 업종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았죠. 이직의 원칙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내가 그 회사에서 무엇을 새롭게 할 수 있는가’, 둘째는 ‘지금 회사에서는 할 수 없는가’였어요. 두 가지가 확실했을 때 회사를 옮겼죠”

가장 도전적인 경험은 네이버 금융TF 팀장으로 일할 때였다고 했다. 금융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며 전 은행 계좌를 한꺼번에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와 네이버 가계부 등을 새롭게 만들었다.

“은행들을 참여시키는 일이 만만치 않았어요. 은행에 찾아가서 사업을 제안하면 ‘왜 우리가 너네랑 해야 되는데?’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협상의 기술이 필요했죠. 처음에는 쉽지 않았지만 몇 군데를 다니다 보니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더군요. 우리 서비스가 당신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걸 믿게 만드는 것, 그게 바로 설득의 기술이라는 걸 알게 됐죠”

 

이렇게 쌓아올린 설득의 기술은 중소기업 강의와 컨설팅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문 대표는 중소기업이 좋은 인재를 뽑는 방법, 매너리즘에 빠진 직원들에게 일의 재미를 찾아주기, 중소기업 CEO들을 위한 스피치 방법 등을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다.

“실업률이 높다고 하는데 막상 중소기업에선 뽑을 사람이 없다고 난리입니다. 중소기업에선 좋은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정입니다. 인사에 돈과 시간을 쓸 여력이 없으니 한번 뽑을 때 잘 뽑아야죠. 그런데 괜찮아 보여서 뽑았는데 막상 일을 시켜보니 아닌 경우도 많아요. 인터뷰만 잘 하는, 인상만 좋은 사람을 뽑아서 그런 겁니다. 일 잘 하는 직원을 뽑고 싶다면 구직자가 어떤 경험을 갖고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봐야 합니다. 우리 회사의 직무와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지, 만약 있었다면 당시의 상황은 어땠는지를 상세히 묻는 겁니다. 무슨 일을 했는지, 상사는 몇 명이 있었는지 등 사소한 것까지 꼼꼼하게요. 그래야 그 직원이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검증할 수 있습니다”

문 대표는 중소기업이 대기업에게 핵심인력을 빼앗기지 않는 비법도 귀띔했다.

 

“정말 우리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왔을 때 붙잡는 것, 중요하죠. 그냥 데리고 있으면 분명히 더 좋은 회사로 갑니다”

 

해답은 생각보다 단순한 이치다. 대기업보다 높은 임금과 복리후생을 보장하기는 어려우니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지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회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이곳에 입사하면 어떤 꿈을 펼칠 수 있는지를 가지고 설득해야 합니다. 그게 성공하면 비록 중소기업의 조건이 부족하더라도 사람들은 남습니다”

최근에는 중소기업 컨설팅 업무도 하고 있다. ‘펀드슈퍼마켓’ 서비스를 하고 있는 펀드온라인코리아를 비롯해 유통, 제조업 등 회사들의 인터넷 서비스 컨설팅을 수행하고 있다. 중소기업 컨설팅을 하다 보니 몇 가지 공통적인 문제가 발견된다고 문 대표는 말했다.

“중소기업 CEO들을 만나보면 무언가 사업을 새롭게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처음엔 다들 작게 시작해서 이렇게까지 회사가 클 줄 몰랐던 거죠. 회사 체계를 잡을 새도 없이 몸집만 커져서 과도기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많이 토로합니다. 또 회사 홈페이지 하나를 만들어도 전략과 기획이 중요한데 그저 개발만 하는 점도 안타까워요.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 없이 경쟁사에서 맡긴 업체에 개발을 의뢰해 엇비슷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죠. 그런 식으로 하면 겉으로 볼 땐 괜찮아 보일 수 있지만 소비자는 만족이 안 돼요. 이 회사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파악이 안 되고 자신이 원하는 서비스도 한 눈에 들어오지 않죠. 이런 작은 차이가 많은 것들을 결정하는데 간과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직 컨설팅을 받아본 적이 없는 중소기업은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클 수 있다. 더 퍼텐셜에서는 일단 무료로 전화·이메일 상담을 한 뒤 컨설팅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기업과 프로젝트 규모에 맞게 비용을 산정한다.

“컨설팅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 해야 할 일입니다. 돈만 보고 할 일은 아닙니다. 고객에 대해 인간적인 관심을 갖고 깊이 고민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오죠. 저는 사람들이 처한 문제를 듣고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10년 동안 재미를 좇아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다 이제야 비로소 ‘천직’을 찾았다는 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