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때 지정된 국가산업단지의 보상비로 총 2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의 재무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묻지마’ 지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국가산업단지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08~2009년에 지정된 국가산업단지 개발에 따른 보상비가 2조264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공사 지연으로 불어난 추가 보상비만 2241억원으로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12월에서 2009년 9월까지 채 1년이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장항국가생태 ▲포항블루밸리 ▲대구사이언스파크 ▲빛그린(광주·전남) ▲구미 확장 ▲구미하이테크밸리 등 총 6곳이 국가산단으로 지정됐다.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지 5년이 경과한 현재, 공정률 50%를 넘긴 곳은 구미 확장단지가 유일하다. 30일 중기이코노미와 국토교통부의 통화에 따르면 장항국가생태단지는 올해 9월, 포항블루밸리(14일)와 빛그린(31일)은 10월에야 공사를 시작했다.

지정부터 착공까지 소요 기간은 ▲장항국가생태 5년 9개월 ▲포항블루밸리 5년 1개월 ▲빛그린 5년 1개월 ▲구미하이테크밸리 3년 8개월(공정률 7%) ▲대구사이언스파크 3년 3개월(공정률 29%) ▲구미 확장 2년 10개월(공정률 60%)로 조사됐다.

기존에 완공된 국가산업단지와 비교해 보면 공사 지연의 심각성이 드러난다.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1991년 이후에 지정된 국가산업단지인 ▲파주탄현단지가 지정부터 착공까지 8개월 ▲안산2단계단지 10개월 ▲구미4단지 1년 2개월 ▲파주출판단지가 1년 8개월이 소요됐다. 정부기관 이전 계획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지연된 오송생명단지(5년 10개월)를 제외하면 모두 2년 이내에 착공이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에 지정된 국가산업단지가 유독 늦어진 것은 사업 시행 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의 부채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국토부 역시 30일 국가산업단지 관련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LH, 수자원공사 등 사업시행자의 재무여건에 따라 늦어졌다”고 인정했다.

국가산업단지 지정 건수는 이명박 정부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 초인 2008년 12월부터 2009년 9월까지 10개월여동안 총 6곳의 국가산업단지를 지정했다. 1994년부터 2013년까지 지정된 국가산업단지는 불과 9곳. 20년간 조성된 국가산업단지의 2/3가 이 기간에 밀집돼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사 지연으로 인한 보상비 증가도 문제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토지보상비의 경우 국가산업단지 지정고시일부터 보상 착수까지 기간이 연장될 때 매년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가 새롭게 이뤄진다. 지가변동률, 생산자물가상승률을 고려한 토지보상비가 계속해서 증가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얘기다.

토지보상비를 지급하지 못해 공사가 늦어지고, 지연될수록 토지보상비가 점점 커지는 문제가 모든 국가산업단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고 국회예산정책처는 말했다. 채무자가 빚을 갚지 못하면 이자 때문에 갈수록 빚이 불어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가산업단지 지정 이후 2013년까지 집계된 보상비는 2조2641억원 규모다. ▲대구사이언스 7154억원 ▲구미하이테크 6157억원 ▲구미 확장 4451억원 ▲빛그린 1968억원 ▲포항블루밸리 1720억원 ▲장항 1191억원 순이다.

착공 지연으로 인한 보상비 증가분은 총 2241억원이다. 같은 기간 총사업비 증가분은 3970억원으로, 사업비 증가분의 56.5%에 해당하는 금액이 늘어난 보상비로 지출되는 것이다. 

국회예산처는 보고서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는 경제성을 고려한 사업선정기준을 마련해야 하며, 국토부는 사업별 총사업비 관리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사업시행자의 재무상태와 시공능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 국가산업단지 개발에 참여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최근에는 대규모 국가산업단지 개발에 대해 공기업 예비타당성 조사 등으로 사업성, 시행능력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결정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국가산업단지는 산업수요에 기반해 사업성을 검토하고 사업시행자의 시행여건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