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민연금공단에 소속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기금운용관련 사안을 최고 심·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하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가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함에도 불구, 대표성과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 원종욱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원 연구위원은 “운영위원들은 1년에 4~6회 개최되는 회의에 참석해 안건을 의결한다. 회의 1회당 소요시간은 평균 2~3시간으로, 안건 보고를 제외하면 심도있는 토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 기금운용위원회는 기금운용을 주도적으로 이끌지 못하고 결과에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는 구조”라며 “위원들이 본인의 업무를 중단하고 연중 기금위원회 관련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심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하고 위원들의 임기는 최소 4년을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금운용위원 20명 중 6명이 정부위원 “축소, 폐지”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운용위원회는 총 20명으로 ▲보건복지부 장관 ▲정부위원 5명(이상 당연직) ▲민간위원 14명(사용자 대표 3명, 근로자 대표 3명, 지역가입자 대표 6명, 민간 전문가 2명)으로 구성돼 있다. 민간위원들은 각 단체의 추천을 받아 복지부 장관이 임명한다.

원 연구위원은 6명에 해당하는 당연직 공무원위원제도는 폐지하고 가입자단체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선출된 민간위원 16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선거를 거쳐 위원들을 선출하는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사례로 들며, 투표를 통한 위원 선출과정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당연직 위원들의 사견을 바탕으로 446조원(2014년 6월말 기준)의 기금이 운용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전문성 제고 방안도 제시했다. 원 연구위원은 보건복지부 내에 기금정책국을 신설하고 ▲주주권 ▲성과평가 ▲리스크관리 ▲대체투자 ▲기금회계 ▲자산배분 등 6개의 소위원회를 구성해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공사로 전환할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민간위원이 위원장인 리스크관리 소위원회 등 6개의 소위원회 활동으로 통제가 가능하다”며 “기금의 주인으로 선출된 기금이사회 이사진들이 위험수준과 전략적 자산배분을 결정할 것이므로 (기금 운용 위험성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사용자 대표 민간위원인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정책본부장도 기금운용위의 대표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의견을 같이했다. 김 본부장은 3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현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배구조 문제 때문에 심의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연직으로 참여 중인 공무원 6명의 숫자도 줄이는 게 맞다”고 했다.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금융공사화는 위험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기금운용위원회의 근로자 대표 민간위원인 이정식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처장은 3일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기금운용본부가 공사화 된다고 해서 지금 공단과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고 본다. 검증되지 않고, 실효성도 없는 무책임한 대안”이라며 “공사화 하지 않고도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사무처장도 6명으로 배정된 정부 당연직 위원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원종욱 연구위원의 주장에는 동의의 뜻을 밝혔다. “국민연금의 납부자와 수혜자는 정부가 아닌 노사와 지역가입자다. 이들의 발언권을 높이고 대표성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정부 위원 6명은 대폭 축소하거나 제외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 사무처장은 “일단 공사화 해보고 안 되면 말고라는 식은 무책임하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 결여 지적에 대해서는 “소위원회 구성 등의 방법으로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