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싼 땅값…개성공단은 중기에게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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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싼 땅값…개성공단은 중기에게 ‘대박’ 외국보다 생산성 높아…벌써 10주년, 5·24해제 등 ‘햇볕’ 필요

기사입력2014-11-04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3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발전방안 세미나’ 행사장 앞에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공동브랜드인 ‘시스브로’ 제품들이 전시됐다. ©중기이코노미

얼마 전 개성공단에서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한 기업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통일부에 따르면 개성공단 관리위원회에 해산 신고서를 제출한 이 회사는 이유를 ‘경영상 어려움’이라고 밝혔다. 이전에도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회사가 나온 적은 있지만, 경영난을 공식 이유로 밝힌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개성공단은 지난 2003년 착공식을 가진 뒤 2004년 12월 첫 제품을 생산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기념비적인 시기를 맞아 박근혜 대통령은 올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통일 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에는 여전히 ‘햇볕’이 들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일 중소기업중앙회와 개성공단기업협회, 남북경제연구원이 개성공단 가동 10주년을 기념해 공동 개최한 ‘개성공단 발전방안 세미나’에서 현대경제연구원 홍순직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개성공단이 남북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16.7%에서 2008년 44.4%까지 확대됐고, 2010년에는 75.5%까지 늘었다. 개성공단의 교역물량이 꾸준히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들어 개성공단의 남북교역 중 비중은 99.6%에 달했다. 상업적 거래만 놓고 보면 100%의 비중을 보였다. 이는 개성공단을 제외한 다른 남북간 교역이나 상업적 거래가 전면 중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기 시작한 2011년부터 사실상 남북교역은 개성공단만 남게 됐다. 시작할 때부터 통일을 위한 남북경협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이제는 “남북교류의 마지막 보루가 됐다”고 홍순직 위원은 설명했다.

임금, 토지이용료 낮아…외국보다 경쟁력있는 개성공단

홍 위원에 따르면 개성공단은 베트남이나 중국 등지에 비해서도 임금이나 토지이용 비용이 더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개성공단의 월 평균 임금은 63.8달러에 불과하다. 한국의 시화공단은 이보다 13배 많은 831달러의 평균임금을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의 청도공단 역시 평균임금이 개성보다 3배 높은 194달러에 달했다. 베트남의 탄뚜언공단도 월 95.8달러로 개성보다 1.5배나 평균임금이 높았다.

<자료=개성공단 발전방안 세미나 자료집>

임금인상률 역시 개성공단은 연 5%로 시화공단의 6%, 청도공단의 13%, 탄뚜언공단의 29%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한국 대비 71%로 중국의 60%나 베트남의 40%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다.

토지이용료 역시 1㎡당 39달러로 비교대상에 비해 가장 저렴하다. 청도공단의 1㎡당 사용료는 100~200달러로 개성의 3.8배에 달한다. 탄뚜언공단은 1㎡당 200~260달러로 개성의 5.9배다.

물류비용 역시 1일 이내며, 관세도 무관세여서 중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크게 좋은 조건이다.

특히 북한의 노동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김병연 교수에 따르면 개성공단 북한종사자의 일인당 생산액은 2005년 2287달러에서 2012년 7463달러로 증가했다. 이는 일인당 생산액이 연평균 18.4% 증가했다는 의미다.

김병연 교수는 이같은 생산성 증가의 원인으로 자본 장비의 도입, 영양 상태의 개선, 일의 숙련도 증가, 일에 대한 의식의 변화 등을 지목했다.

3통문제, 5·24조치…개성공단 활성화 위해 시급

개성공단 기업들은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현안과제로 3통문제와 5·24조치를 지목했다.

지난 10월 중소기업중앙회가 개성공단 입주 34개 기업을 대상으로 ‘개성공단의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현안’을 조사한 결과, 공단의 운영 안정성 담보가 23.8%로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복수응답으로 진행된 이 조사에서는 5·24조치(대북신규투자불허) 해제가 22.6%, 3통(통행, 통신, 통관) 문제해결이 19.0%로 뒤를 이었다. 이밖에 근로자 부족 해결(15.5%), 보험·세제 등 투자안전장치 마련(13.1%),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6.0%) 순으로 조사됐다.

가장 시급히 해결돼야 할 개성공단 현안

개성공단 입주 34개 기업 대상 조사<자료=중소기업중앙회>

3일 세미나에서 중소기업연구원 이재호 연구위원 역시 개성공단의 향후 전망을 좌우할 3가지 주요 요인으로 ▲5·24 조치의 해제 및 완화 여부 ▲원산지 문제의 해결(역외 가공지역의 인정) ▲북핵문제 해결을 꼽았다.

이 연구위원은 “개성공단의 개발 확대는 북한경제의 회생을 통한 통일 비용 감소, 국내 중소기업 및 U턴 기업에의 활로 제공, 신성장 동력의 확보 등 남과 북 모두에게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주는 생산 협력사업”이라며 “개성공단은 여전히 진행중인 사업으로 남북 협력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는 5·24 조치의 해제·완화를 통해 개성공단에의 신규투자를 허용하고 반드시 성공사례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으며, “북한 역시 핵문제의 진전, 글로벌 스탠다드의 준수 등 국제경제 질서에 정상적으로 편입하기 위한 제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