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에 새로 부임한 김성근 감독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연일 화제다. 9개 구단 체제가 시작된 2년간 거푸 9등을 한 한화 이글스가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한 김 감독의 조련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는 물론 야구팬들에게 중요한 이슈다. 야구팬과 관계없는 각계의 조직관리자들에게도 김 감독의 말은 화제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프로의식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기업들이 임직원 강연에 모시기 위해 앞다퉈 줄서는 명강사인 김 감독의 명성이야 모르더라도, 조직을 바꿔내기 위해 조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는 김 감독의 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조직관리자라면 그의 말에 주목하게 된다.
김 감독은 지옥훈련으로 유명하지만, 팀의 해외 전지훈련 장소에 도착한 첫날 야간훈련을 취소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저녁식사 후 야간훈련 시작 전에 감독이 직접 선수들에게 강연하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것이다. 이데일리의 보도에 따르면, 김 감독이 선수들에게 훈련 첫날 던진 화두는 “너희들에게 과연 한화는, 이글스는 자부심이었냐”였다.
좀 삐딱하게 생각하면, “회사에 자부심을 가져라”거나 “애사심을 갖고 함께 발전하자”는 대표님들의 훈시말씀과 근본적으로 다를 바는 없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이런 정신교육의 필요성이 커진다. 회사가 발전하려면 유능한 인재를 뽑아야 하는데, 유능한 인재는 많은 연봉을 주거나 회사 자체의 명망이 높은 대기업으로의 이직을 항상 원한다.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에 자부심을 가져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동기부여를 위한 대표님 훈시말씀이 구구절절해지는 이유다.
그러나 외부에서 들려오는 훈시말씀이 동기부여에 미치는 효과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선수에게 동기부여하는 능력이 최고라는 김 감독의 방법이 관심을 끄는 이유다. 아무리 좋은 얘기라도 남의 말을 듣는 것으로 자기 인생에 대한 관점이나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백마디 훈시말씀보다 한번의 자아성찰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김 감독에게서 배울 점이다.
상황에 따라 구체적인 접근방법을 달리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김 감독 재임 시절 세 차례 우승과 한 차례 준우승을 일궈낸 SK와이번스에서는, 첫 훈련 시 던지는 질문이 “너에게 야구는 무엇이냐”였다고 한다. 우승이라는 성과를 이룬 사람에게는 더욱 발전할 동기를 부여하고, 주전이 되지 못한 후보선수들에게는 목적의식을 명확히 할 수 있도록 하는 질문이었다. 그러나 연거푸 낮은 성적을 거둬 자신감이 떨어져있을 한화 선수들에게는 접근이 달랐다. 자부심을 물으며 자존심을 찾도록 하고, 이를 통해 자신감을 불러일으키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만 프로의식을 강조하는 사람도 아니다. 조직 관리자 스스로도 프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OSEN의 보도에 따르면 김 감독은 “선수가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 없으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뛰어난 인재들이 찾지 않는 중소기업에게 이런 말은 너무 가혹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는 프로의식이나 자부심, 애사심을 강조하면서, 조직관리자 스스로는 프로의식을 보이지 못하거나 외부에서 원인을 찾아 그것을 한계로 삼고 발전하지 못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김 감독이 선수 또는 직원에게 대할 때만큼이나 코치 또는 조직관리자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로 프로의식을 강조하는 이유다. 평생 야구인으로 산 김 감독의 말에서, 조직운영에 대해 배울 점이 많다고 거듭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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