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협동조합 전성시대다. 2012년 12월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되면서 5명 이상이 뭉치면 협동조합 법인으로 자유롭게 창업할 수 있게 됐다. 협동조합 수도 급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 9월 현재 전국에 5391개, 서울에만 1484개의 일반협동조합이 설립돼 있다.

협동조합이란 재화나 용역의 구매, 생산, 판매, 제공 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조직이다. 출자규모와 관계없이 조합원 모두 1인1표씩 행사할 수 있으며, 지역사회에도 공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주식회사와는 차별화된다.

그러나 전망까지 마냥 핑크빛인 것은 아니다. 서울시 협동조합 상담지원센터 박범용 센터장에 따르면 실제 운영되고 있는 협동조합은 전체의 절반 정도이며, 그나마 제대로 사업이 영위되고 곳은 채 10%도 되지 않는다. “마음 맞는 사람 5명 있으세요?”라는 문구에 이끌려 협동조합을 만들긴 했는데 사업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유명무실해진 곳이 많다는 의미다.

협동조합의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원리는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 박범용 센터장은 이렇게 규정한다.

“주식회사보다는 공공성을 갖고 싶고, 비영리법인보다는 수익을 추구하고 싶을 때 협동조합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협동조합에도 나름의 원리가 있습니다. 공동의 필요가 있는 사람이 모여야지, 취지에 대한 동의만으로 시작하면 경쟁력도 부족하고 지속적인 운영도 힘들어집니다. 잘못된 기대로 시작하느니 아예 협동조합을 시작도 하지 않는 게 맞다고 봅니다.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거죠”

유대와 필요 사이. 협동조합에서 중요한 건 이 지점에서의 적절한 줄다리기다. 인간적 유대를 기반으로 설립된 협동조합은 결속력이 강하고 지속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사업 내용에 대한 공동의 필요가 결여돼 있다면 사업 기능은 상실한 채 동호회에서 성장을 멈출 가능성도 있다. 반면 이해관계로 뭉친, 예컨대 사업자협동조합과 같은 경우는 각자의 필요가 분명하므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점에서 유리하지만, 각자 고유한 사업이 있기에 협동조합 자체에 대한 소속감은 미약하다.

협동조합 현장 목소리를 고스란히 듣고 있는 박 센터장은 모범적인 협동조합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말을 아꼈다. 한국의 협동조합 문화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데 벌써부터 모범사례로 단정짓기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협동조합들은 많이 있다고 귀띔한다.

박 센터장은 지난 9월 상담지원센터가 발행한 ‘협동조합 임직원 레터’에서 가든파이브 협동조합의 사례를 소개했다. 소상공인들의 상권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이 협동조합은 4개월 동안의 영업실적으로 9% 출자배당을 했다. 수익 면에서 준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박 센터장은 이 조합을 성공한 협동조합의 모범사례로 꼽을 것인가에 대한 답은 유보했다. 조합의 매출실적이 이사장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구성원이 여행업, LED유통업, 포장자재업, 세무사 등 연관성이 적은 이종(異種)사업자여서 공동의 이해관계가 만들어지기 힘든 구조라는 것이다. 

다음 달이면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2년을 맞지만, 아직은 정책 당국과 당사자 모두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협동조합으로서 탄탄하게 조직운영을 해나가는 곳도 있다. ‘국수나무’, ‘화평동왕냉면’ 등 전국 400개 가맹점을 가진 프랜차이즈업체 ‘해피브릿지’는 2013년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 뒤 매출이 312억원(2012)에서 400억원(2013)으로 늘었다.

해피브릿지 협동조합 평의회 양수일 의장은 “매출뿐 아니라 업무에 있어서도 조합원들의 태도가 협력적으로 변화했다. 예전에는 직원들 간 정보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전환 후 이런 부분이 상당히 개선됐다”며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전환한지 이제 2년째인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협동조합 신설을 고민하고 있거나 기존 법인을 협동조합으로 전환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서울시 협동조합 상담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전화상담, 방문상담, 온라인상담을 진행 중이며 협동조합 기초교육, 비즈니스 교육, 설립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