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섀도보팅, 한경연 “폐지 유예”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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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많은 섀도보팅, 한경연 “폐지 유예” 주장 “마땅한 대안 없어 감사 선임 등에 난항 겪을 것”

기사입력2014-11-06 14:38

김창훈 기자 (ckim2014@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3월 열린 한 대기업의 정기 주총.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 없음. <가진=뉴시스>

내년 1월1일 예탁원의 섀도보팅 제도 폐지를 앞두고 한국경제연구원이 ‘폐지유예’론을 들고 나왔다. 일각에서 주주의 경영권 강화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주장이다.

한경연은 6일 ‘섀도보팅 폐지 유예 필요성 및 관련 쟁점 고찰’ 보고서에서 이 제도의 폐지를 2년간 유예하자고 주장했다. 섀도보팅(Shadow Voting)은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고, 의안 결의에 참석한 주주들의 투표 비율을 그대로 적용하는 일종의 의결권 대리행사 제도다. 불참주주의 위임투표(Proxy Voting)와는 다른 개념이다.

이 제도는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성립되지 못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경영진과 대주주의 경영권 강화 수단으로 악용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경영진 입장에서 이 제도를 활용하면 소액주주들의 주총참여 독려보다 손쉽게 정족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내년부터 이 제도는 폐지된다.

한경연은 이번 보고서에서 지난 4년간 상장회사 5곳 중 2곳(39.6%)이 섀도보팅제를 활용해온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 제도가 폐지될 경우 진통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대안이 마련되지 않아 제도를 폐지하면 위험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특히 정부가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는 전자위임장제도는 이미 2007년부터 미국에서 도입해 소액주주의 주주총회 참여를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연은 주총 무산으로 중요한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것을 우려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섀도보팅 활용률이 가장 높은 감사·감사위원 선임의 경우, 의결 요건이 3%로 제한돼 내년에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을 것을 염두에 두고 임기가 남아있는 감사·감사위원을 재선임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추세를 전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적절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섀도보팅제를 폐지할 경우, 기업에 큰 부담을 주는 등 경영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향후 2년간 제도 폐지를 유예하자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주주총회 결의 때 섀도보팅과 같은 보완책이 필요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엄격한 보통결의 정족수 요건을 지적했다. 우리나라 보통결의의 의결 정족수는 출석의결권의 과반수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이다. 반면 외국은 이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이 한경연의 주장이다.

한경연 관계자는 “섀도보팅제가 폐지되면 기업이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제도 폐지에 앞서 기업이 해당 제도를 활용하도록 만드는 불합리한 규제들을 개선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