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로부터 집을 물려받았지만 이를 대가로 매달 생활비를 줬다면 증여세를 내야 하나? 결론은 ‘아니다’다.

대법원 1부는 부모에게 집을 물려받은 허모씨가 성동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집을 물려받았지만 대신 생활비를 지급했으므로 증여가 아닌 매매로 봐야 타당하다는 판결이다.

이번 판결로 등장한 용어가 ‘자식연금’이다. 주택을 자식에게 넘겨 줬지만 이를 담보로 노후생활자금 성격인 생활비를 매달 받았기 때문에 ‘주택연금’과 비슷한 이 말이 붙여졌다. 주택연금은 60세 이상 고령자가 주택을 담보로 연금을 받는 일종의 금융상품이다.

아파트 등 주택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이를 담보로 노후생활비를 지급받는 ‘자식연금’이라는 말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허씨는 2010년 6월 어머니가 소유하고 있던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매매 형식으로 물려받았지만 세무당국은 이를 직계가족 사이의 증여라고 판단하고 허씨에게 증여세를 부과했다.

이에 허씨는 “매달 생활비 명목으로 금전을 지급했고, 근저당권으로 설정된 채무도 대신 갚았다”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심판원은 채무를 갚은 부분만을 인정해 증여세를 일부 감액하는 결정을 내렸다.

허씨는 소송을 제기했고 1·2심은 “2007년부터 부모에게 매달 120만원씩을 지급했는데, 이 기간동안 허씨가 부담하고 있던 개인적인 채무액 등을 고려하면 허씨가 단순히 부양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증여가 아닌 매매로 봐야한다”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아무런 대가관계가 없는 단순한 증여라기 보다 소유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동안 연금방식으로 매월 노후생활자금을 지급받는 주택연금과 비슷하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시민·네티즌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부양이 당연한 일인데 주택을 물려받는 조건으로 부양을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는 의견과 주택만 받고 자녀들이 ‘나 몰라라’ 하는 것보다 부양해야 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차라리 잘 됐다는 반응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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