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의 모바일 금융·결제서비스 ‘뱅크월렛카카오’가 11일 선을 보였다. 이미 세계시장에 진출한 구글의 ‘구글월렛’, 애플의 ‘애플페이’와 연내 국내 출시를 앞둔 네이버의 ‘라인페이’까지 모바일 결제시장이 후끈 달아오른 만큼, 다음카카오의 이 서비스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출시 직후 뱅크월렛카카오를 사용해 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직은 갈 길은 멀어보인다. 간소화된 은행 송금 서비스는 합격점을 받을만하지만 모바일 결제서비스에는 제약이 많다.

모바일 결제서비스의 경우 일단 SK텔레콤과 KT 사용자만 쓸 수 있다. LG유플러스 고객은 결제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유심 문제 때문에 아이폰·블랙베리 등의 외산폰으로도 결제서비스가 안된다. 이를 통과해 결제서비스 이용이 가능한 경우라 하더라도, 가맹점이 확보되지 않아 활용도에도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다음카카오와 금융결제원이 함께 실시하는 뱅크월렛카카오 서비스는 크게 ‘금융’과 ‘결제’로 나뉜다. 금융 서비스를 통해 국내 16개 은행 간에 자유롭게 송금을 할 수 있고 결제서비스를 이용해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이다.

○ : 만 14세 이상이고 인터넷뱅킹에 가입한 스마트폰 소지자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 만 14세 이상 만 19세 미만 청소년은 뱅크머니 ‘받기’만 가능하다. 휴대폰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OS, 아이폰의 iOS에서 이용할 수 있다. 

× : 스마트폰 명의가 본인이 아닌 경우 이용할 수 없으며, 본인 확인이 어려운 법인폰 및 일부 알뜰폰은 사용할 수 없다. 

뱅크월렛카카오에서 가장 확실해 보이는 장점은 간편한 송금이다. 다만 자신의 은행 계좌에서 바로 돈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뱅크머니’라는 제3의 계좌를 경유해야만 한다. 일단 뱅크머니가 충전돼 있어야 송금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뱅크머니 계좌는 뱅크월렛카카오 앱에서 인증 과정을 거치면 생성할 수 있다. 

뱅크머니와 연동되는 은행계좌는 1개를 설정할 수 있다. 두 계좌 간 금액 이동은 간단한 편이다. 앱을 실행시키면 첫 화면에 ‘충전하기’와 ‘내 계좌로’ 메뉴가 있다. 충전하기를 선택하면 계좌에서 뱅크머니로 돈을 보낼 수 있고 ‘내 계좌로’를 택하면 뱅크머니를 계좌로 환금할 수 있다. 충전을 위해서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지만, 내 계좌로 보내는 작업에는 별도의 인증절차가 없다. 다만 당일 송금 받은 뱅크머니는 다음날 낮 12시부터 계좌로 받을 수 있다.

기존 인터넷뱅킹과 비교하면 송금과정은 대폭 간소화됐다. 등록을 위해서는 두 차례의 본인인증과 보안카드 혹은 OTP발생기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머니뱅크 비밀번호 4자리만 입력하면 바로 송금이 된다. 기존 인터넷뱅킹 계좌이체 서비스의 경우 ▲공인인증서암호(영문·숫자 조합 8자리 이상) ▲계좌비밀번호 ▲보안카드 혹은 OTP발생기 비밀번호 ▲공인인증서 암호(영문·숫자 조합 8자리 이상, 재확인)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간편하다.

간편한 만큼 제약도 있다. 하루 10만원 한도 내에서만 송금할 수 있다. 금액 수취 및 뱅크머니 충전 한도는 1일 50만원이다. 송금 수수료는 참가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 지금은 서비스 초기로 은행간 수수료가 없다.

송금 서비스가 간편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한도가 작아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아 보인다. 금융결제원의 말처럼 “각종 회비, 경조사비, 음식값 나눠내기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뱅크월렛카카오로 체크카드처럼 결제도 할 수 있다. ‘월렛’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앱이 지갑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다. 오프라인매장으로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AK플라자에서 결제할 수 있다. 스타벅스, 교보문고, ABC마트 등에서도 이를 결제수단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금융결제원은 말했다.

온라인 가맹점은 수가 많지 않다. 카카오 선물하기와 카카오픽, 인터넷서점 ‘알라딘’과 한샘가구 공식쇼핑몰 ‘한샘몰’이 전부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온라인 가맹점도 확대할 계획이다. 대형 PG(Payment Gateway) 회사인 다날, KCP, KG이니시스 등이 뱅크월렛카카오를 결제수단으로 도입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온·오프라인 가맹점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둘러 서비스를 시작할 필요가 있었는지에 대한 아쉬움도 남는다.

‘뱅크월렛카카오’라는 명칭에서 서비스의 특징과 장단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애플페이와 구글월렛은 지갑을 대신하는 ‘결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뱅크월렛카카오는 금융서비스에 방점이 찍힌 양상이다. 이름 가장 앞에 자리잡은 ‘뱅크’, 즉 금융서비스는 기존 인터넷뱅킹에 비해 편리해졌으나 ‘월렛’의 결제서비스는 가맹점 확보, 단말기·이통사 제약 보완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