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호의 혜성 착륙<사진=ESA 홈페이지 캡쳐>

인류 최초로 탐사선이 혜성에 착륙했다. 유럽우주국(ESA)은 탐사선 ‘로제타'(Rosetta)’의 탐사로봇 ‘필레(Philae)’가 지난 12일 오후 사상 최초로 목성의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67P/ Churyumov–Gerasimenko, 이하 67P)’의 목표 착륙지점 ‘아질키아'(Agilkia)’에 착륙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3월 발사된 무인 우주선 로제타호는 10년 8개월간 65억㎞의 비행 끝에 67P에 안착했다. ESA는 성공적인 착륙을 확인하는 신호가 12일 오후 4시3분(GMT, 독일 아름슈타트 현지시간 5시3분)에 ‘지구’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필레는 주변 사진 촬영·전송과 토양 채취·분석 등 3개월가량의 탐사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여기서 탐사선 이름 로제타는 1799년 발견돼 이집트 문명의 비밀을 푸는 열쇠가 됐던 ‘로제타 스톤’에서, 탐사로봇 이름 필레는 로제타 스톤 해독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필레 오벨리스크’에서 각각 따온 것이다.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해독의 열쇠가 됐던 로제타와 필레처럼, 이번 탐사로 우주의 비밀을 풀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착륙지로 선정된 지점의 이름 아질키아 역시 의미가 깊다. 나일강 유역의 아스완댐이 건설되면서 필레의 유적들이 옮겨진 곳의 이름이 아질키아다.

로제타호의 화성 중력어시스트 설명 동영상<사진=ESA 홈페이지 캡쳐>

한편 로제타의 10년 8개월 오디세이는 ‘스윙바이(swingby)’ 기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수도 있다. 스윙바이는 ‘플라이바이(flyby)', 혹은 ’중력 어시스트(gravity assist)’라고도 불리는 우주선이 동력을 얻는 방법이다. 자체 추진력을 이용해서는 우주선의 장거리 항행(1970년대 기준 목성 이상)이 불가능하지만, 스윙바이를 통해 중간에 ‘주유’를 하듯 중간에 에너지(속도)를 얻어 항행을 이어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주선이 쌍곡선을 그리며 행성의 중력장에 다가가면서 속도를 얻는 것. 원리는 놀라울 정도로 간단하다. 문제는 해당 행성의 중력장에서 빠져나가려면 얻은 속도를 다시 토해내야 한다는 점. 결국 득실을 따져보면 ‘0’의 속도만을 얻게 될 것 같지만, 행성들이 태양계를 ‘공전’한다는 점에 트릭이 있다. 중력장에 들어가 속도를 얻다가 중력장에서 벗어날 때는해당 과정이 짧은 궤도를 선택하면 된다. 속도를 많이 얻되 적게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탐사선을 감속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로제타호는 지구와 화성을 4번 스치면서 여러 차례 ‘주유’를 하고 태양전지의 작동에 따라 전력을 아끼는 ‘절전’의 노력을 통해 67P에 도착할 수 있었다. 최초의 스윙바이는 1974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매리너 10호가 처음 시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는 장거리 우주탐사선에서 반드시 이용하는 기술이다. 또 하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스윙바이를 하게 되면, 지구나 화성같은 행성은 우주선이 얻는 속도만큼 속도를 잃게 된다. 우주선과 행성의 질량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실제로 체감되는 차이는 없어 보일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우주선들이 지구와 스윙바이하는 날들마다 우리의 시간은 조금씩 느리게 흘러갔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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