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박찬구 회장(왼쪽부터)<사진=뉴시스>

아시아나항공 박삼구·박찬구 회장 등이 소액주주들로부터 부실계열사 기업어음(CP) 매입, 유류할증료 담합시 감시의무 해태, 알짜배기 사업부문 분사때 총수일가 지분출자 등으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며 손해배상 청구 주주대표소송을 당했다.  

경제개혁연대(소장:김상조 한성대 교수) 등 아시아나항공 소액주주들은 박삼구·박찬구 회장을 포함한 아시아나항공 전현직 이사 9명을 상대로 총 247억6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27일 밝혔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 유류할증료 담합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담합사건에서 이사의 감독책임을 인정하는 사실상 최초의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분사에 관한 건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2012년 개정상법에 도입된 회사기회유용 금지의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은 ▲금호산업 CP 매입 관련 손해액 110억원 ▲유류할증료 담합에서 이사들의 감독의무 위반 및 내부통제시스템 미비로 인한 손해 103억5000만원 ▲업무부분 분사(아시아나 애바카스 설립) 과정에서의 회사기회유용으로 인한 손해 34억1000여만원 등 총 247억6000만원을 회사가 입은 손해로 산정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측은  ▲금호산업 CP의 건에 대해서는 경제개혁연대 측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나, ▲유류할증료 담합 건의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담합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어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므로 이를 토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또 ▲애바카스 분사 건의 경우 2004년 분사 당시 아시아나항공이 출자총액 제한에 묶인 상황에서 시민단체 등의 비판이 이어져 회사가 출자하지 못한 것이라고 28일 해명했다.

한편 소액주주들은 소제기에 앞서 지난해 11월27일 회사 측에 소제기청구를 했으나 감사위원회가 기간 내에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회신을 보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제기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회사를 대신해 소장을 접수한다는 것이다. 감사위원회의 회신 여부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언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소장에 기재된 손해배상 청구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실계열사 금호산업 CP 790억원어치 매입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 12월 부실계열사인 금호산업 CP 79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특히 금호산업이 2009년 12월30일자로 워크아웃 신청을 한 이후에도 CP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매입한 CP는 현재 상환되지 않았고, 원금은 출자전환된 상태다. 더욱이 채권단의 채권재조정으로 인한 이자감면으로 아시아나항공은 110~162억원의 손해도 입었다. CP 매입 당시 아시아나항공 자체의 재무안정성도 매우 취약한 상태였다.

경제개혁연대는 “CP 발행기업의 재무상태가 극도로 부실한 것으로 확인되면 지원금을 회수하는 노력을 하거나 채권보전에 필요한 충분한 담보제공을 받는 등의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데도 당시 아시아나항공 이사들은 그러한 임무를 해태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영판단의 재량범위를 일탈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시 이사들은 상법 제399조에 따라 회사의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이 있다는 것이 경제개혁연대의 주장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손해배상의 범위를 현실적인 손해의 최소액인 110억원으로 청구했으며, 추후 소송 과정에서 손해배상액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유류할증료 담합 과징금…대한항공은 절반, 아시아나는 100%

공정위는 2010년 5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주도하에 16개 항공사들이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유류할증료 담합을 통해 화물운임을 과도하게 인상했다고 판단해 총 1195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207억원의 과징금 부과조치를 받았다. 국내 제재 조치와 별개로 미국에서도 항공여객운임 담합으로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 금액만 5000만달러에 달하고, 이를 근거로 한 집단소송 종결을 위한 합의금으로 총 2100만달러도 지급할 예정이다.

결국 아시아나항공은 담합사건으로 1000억원 수준의 과징금, 벌금, 합의금을 부담할 수도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특히 한미 경쟁당국이 위 담합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개시한 2006년 2월 이후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이사들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위법행위를 방치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들이 담합 관련 현장조사 당시 즉각적인 자진신고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이와 대조적으로 1순위로 자진신고한 루프트한자는 과징금을 전액 감면받았고, 2순위로 자진신고한 대한항공은 절반을 경감받았다고 밝혔다. 설령 자진신고를 하지 못했더라도 담합기간에 비례해 과징금 액수가 정해진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의 담합을 파기하는 등의 적극적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 이사들이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대한항공과 같이 과징금 50%를 경감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해 103억5000만원을 손해배상 금액으로 산정했으며, 이사로서의 감독의무를 해태해 늘어난 과징금액에 대해서는 소송 진행 과정에서 배상액을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공정위의 판단에 이의를 제기해 현재 소송중에 있다고 밝혔다. 과징금 등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주들이 회사의 발표를 믿지 못하는 것이 이해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알짜배기 사업부문 분사…회사는 배제하고 총수일가만 출자

2004년 5월 아시아나IDT의 CRS 사업부문을 분사하는 형태로 아시아나 애바카스가 설립됐다. CRS는 항공권 예약 및 발권업무로 아시아나항공 및 아시아나IDT와의 거래에 의존해 안정적 매출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기회다.

그런데 분사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전혀 출자하지 않은 채 총수일가인 박삼구·박찬구 회장 및 특수관계인이 총 30%의 지분을 출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부분에 대해 회사기회를 유용한 의혹을 제기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배주주 등 특수관계인이 아시아나 애바카스에 약 3억원을 출자한지 5년 이내에 10배 이상에 달하는 37억여원의 배당 및 매각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12년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개정상법 제397조의2에서 엄격히 금하고 있는 ‘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배당 및 매각 이익 총액에서 출자액을 공제한 34억1000여만원의 손해를 아시아나항공에 배상할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회사가 출자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출자가 이뤄진 상황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지배주주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처리에 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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