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단어가 있다. 1인가구에게 세금을 물린다는 ‘싱글세’다. 싱글인 것도 서러운데 세금까지 더 내라니 ‘분노에 찬’ 싱글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싱글세 발언의 진원지인 보건복지부는 농담이었다며 진화에 나섰다. 이같은 해명에도 비난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국민들이 세금 얘기만 나오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정부가 자초한 면이 크다. 현재 국회에서 담뱃세·자동차세·주민세 등 서민증세 관련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탓이다.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는 공약은 온데 간데 없고 서민증세 소식만 들리니 ‘싱글세’에 대한 반응이 뜨거운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싱글세 논란에서 안타까운 대목은 문제의 핵심을 비껴가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발언이 농담이었는지 본심이었는지 여부보다 중요한 건 애초에 이 발언이 왜 나왔느냐다. 1인가구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말에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이 깔려있었다.

국가별 저출산 지표를 살피는 데는 합계출산율이 사용된다.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에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를 뜻하는 말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3년 기준 1.19명이다. 가임 여성 한 명이 일생동안 평균 1.19명의 아이를 낳는다는 의미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으로 초저출산국가에 포함된다.

저출산이 왜 문제인가. 저출산으로 고령화된 국가는 미래가 없다고 단언해도 무리가 아니다. 한국여성경제진흥원이 기획재정부의 의뢰로 수행한 연구 ‘세계주요 국가 저출산 대책 평가 및 우리나라에의 적용 방안’에 따르면 저출산이 지속될 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정부 재정부담은 늘어나 1인당 조세 부담은 증가한다. 평균 근로연령이 올라가 노동생산성은 감소한다. 저축, 소비, 투자 위축으로 경제 활력도 떨어져 전반적인 경제규모가 축소된다.

여성들에게 왜 아이를 낳지 않느냐고 질책할 일이 아니다. 앞선 한국여성경제진흥원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0% 이상이 자녀 양육비용에 대한 부담, 일하면서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열악하다고 호소했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한국의 가족보육관련 예산 규모는 GDP의 0.81%로 조사됐다. 반면 아일랜드(2010년 기준 합계출산율 1.96명), 프랑스(1.89명), 스웨덴(1.8명) 등은 평균적으로 GDP의 3.4%를 보육예산으로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정책을 펴고, 얼마만큼의 예산을 쓰느냐의 문제라는 얘기다.

이들 국가들이 처음부터 출산율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1970년대부터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해온 유럽 국가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했다. 저출산 대책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는 않았다. 한국여성경제진흥원에 따르면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출산율이 이전 수준으로 복귀된 것은 출산장려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10년이 지난 뒤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스웨덴 정부는 출산과 육아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출산 예정 60일 전부터 480일간 출산휴가(한국은 90일)를 사용할 수 있으며 남성도 의무적으로 2주의 휴가를 사용해야만 한다. 우리 정부도 싱글들에게 패널티를 매기는 네거티브 정책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살 것이 아니라 마음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포지티브’ 보육 정책을 마련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