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바디용품 수출기업인 스카이로하스는 지난해 10월 ‘이스탄불 세계일류 한국상품전’에 참여했다가 눈에 띄는 미술작품을 발견했다. 코트라 오픈갤러리의 한류 특별관에 전시된 조희영 작가의 작품이었다. 한국적인 이미지를 찾던 스카이로하스는 오픈갤러리의 주선으로 작품 사용권을 얻었고, 바디용품 패키징에 예술작품을 입혀 샘플을 제작했다. 이 제품은 패키징에 까다롭게 굴던 싱가포르 바이어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 수출 계약을 따내는데 성공했다.

코트라의 오픈갤러리 사업이 지난 2012년 12월 출범후 2년 만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오픈갤러리는 기업과 예술의 소통이라는 기치 아래 중소기업과 예술가의 아트 콜라보레이션, 기획전시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실제 오픈갤러리의 주선을 받은 중소기업이 예술가와 협업한 제품을 상용화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여행용가방 전문기업인 제이월드 인터내셔널의 경우 오픈갤러리의 주선으로 예술가와의 만남이 성사된 대표적인 사례다. 제이월드 인터내셔널은 한글을 모티브로 한 이김천 작가의 ‘좋다’를 여행용 트렁크에 접목시킨 제품을 만들었다. 이 제품은 기업의 2015년 카탈로그 표지를 장식했다. 제이월드 인터내셔널은 내년 3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트래블 굿즈 쇼(Travel Goods Show)’에서 이 제품을 처음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에는 중소기업 제품들이 오픈갤러리를 통해 아트페어에 진출하는 쾌거도 이뤘다.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아트페어에서 한젬마 오픈갤러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중소기업들도 아트페어에 진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트페어란 화랑들이 각자 부스를 차려놓고 작품을 전시·판매하는 박람회. 세계적인 아트페어에 가면 BMW, 루이비통 등의 기업이 큰 부스를 빌려 예술가와 협업한 결과물을 전시한다.

 

이번에 중소기업들의 작품을 선보인 자리는 판화·사진 등 에디션 전문 아트페어인 ‘아트 에디션’이다. 경운기를 아트카로 탈바꿈 시킨 대동공업, 바디용품에 예술작품을 넣어 싱가포르 수출 계약을 따낸 스카이로하스, 캠핑용품에 예술작품을 입힌 코베아 등 8개 기업과 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각각의 제품과 함께 예술가들의 원작도 함께 전시해 예술작품이 어떻게 제품화 될 수 있는지도 함께 보여줬다.

 

◇‘예술가와 협업’ 하려면=이처럼 예술가들과 협업하는데 생각보다 큰 비용이 드는 것은 아니다. 협업을 원하는 예술가와 작품 사용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면 사용할 수 있다. 대개는 판매 수익에 따라 사용료를 지급하는 ‘러닝 개런티’ 방식이다. 출판사가 책 판매부수에 따라 작가에게 인세를 지급하는 것과 비슷하다. 작품이나 제품의 성격에 따라 개런티 비율도 제각각이다. 오픈갤러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5% 내외에서 개런티가 지급된다. 

코트라 오픈갤러리는 중소기업이 자사 제품에 예술가의 작품을 사용하고 싶은 경우 중개 역할을 해 준다. 어떤 예술가나 작품이 좋을지 모르겠다면 자문을 요청할 수도 있다. 수출을 고려해 ‘한국적인 느낌이 좋겠다’거나 밝고 명랑한 느낌을 주기 위해 ‘팝아트를 넣고 싶다’고 말하면 오픈갤러리 큐레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도움을 준다.

한젬마 코트라 오픈갤러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대기업들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유명 예술가들과 협업을 많이 하지만 중소기업은 자사에 이득이 되지 않는 한 망설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기업과 예술의 협업은 중소·중견기업들에게 고급화, 차별화 기회를 제공해 기업 성장의 발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