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한지 2주년이 됐다. 그는 총서기 취임과 동시에 당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꿰찬 데 이어 지난해 3월에는 국가주석직에 올랐다. 올 6월에는 실질적 최고 경제정책 결정기구인 중앙재경영도소조 조장직을 맡고 있다는 것까지 뒤늦게 알려졌다. 이 자리는 1998년부터 주석이 아닌 총리가 맡는 것이 관례였다. 문자 그대로 만인지상(萬人之上), 당정군(黨政軍)에 이어 경제까지 차례대로 접수한 셈이다. 벌써부터 마오쩌둥, 덩샤오핑을 잇는 초강력 지도자 등극이라는 찬양가가 나오고 있다.

시 주석이 민중의 마음을 산 데는 부패와의 전쟁이 한 몫 했다. 저 유명한 ‘호랑이(고위관리)에서 파리(하급관리)까지’로 대변되는 관리의 부패척결은 큰 성과를 거뒀다. 취임 이후 지난 9월말까지 ‘8항규정(八項規定)’ 위반으로 처벌한 당원만 8만명이 넘는다. 급기야 지난달 열린 4중전회에서는 ‘법치 강화’를 천명하며 ‘부패와의 전쟁 2라운드’의 막을 열었고, 견제와 권력 공고화를 기할 수 있었다.

파격적이라고 할 만한 친서민 행보는 시 주석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뒷받침하는 조용한 그림자다. 싸구려 만두집에서 시민들과 똑같이 줄을 서 끼니를 떼웠다던가, 이틀간 지방시찰을 하면서 식비로 160위안만을 썼다던가, 독성 스모그가 가득한 베이징 시내 골목길을 찾아들어가 주민들과 대화를 나눴다던가, 식당에서 냅킨을 반으로 접어 썼다던가 하는 ‘익숙한’ 서민 행보를 이어가며 14억 인민의 마음을 얻고 있다. 시 주석은 이미 문화대혁명 기간 하방을 통해 서민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했다. 그의 ‘서민 속으로’ 행보를 쉽게‘코스프레’로 폄훼할 수 없는 이유다. 다른 누구를 내세우지 않고 전면에 나서 대중과 호흡할 수 있다는, 물론 그러한 종류의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했을 일이다.

다음달 19일이면 우리나라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 승리 2주년을 맞는다. 헌정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자 첫 2대(代)째 대통령으로 수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은 그였지만, 집권 2년 새 그 위세는 많이 수그러들었다 할 수밖에 없다. 세월호 참사와 같은 예기치 못한 일들에 묻힌 감이 크지만, 일단 성공작으로 내세울 치적이 없다. 창조경제는 언제부턴가 찻잔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고, 외교안보에서도 애초에 받았던 높은 점수를 시나브로 까먹고 있다. 채워야 할 임기는 3년이 넘게 남았는데 여권 내부에서조차 삐거덕대는 소리가 나온다. 김무성 대표의 입에서 불거진 개헌 논의는 잊지못할 코미디로 남았다. 세월호 참사 정국에서는 지지율 50%가 무너지기도 했다. 그나마도 전문가 평가에 비해 국민들이 후한 점수를 매겼다는 ‘패러독스’ 뒷말이 일기도 했다. ‘호랑이’건 ‘파리’건 가릴 것 없이 적폐에 의한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시 주석과 박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회경제적 토양이 다르고, 정치체제가 다르고, 언론·비판 자유의 정도가 다르고, 지도자가 뽑히는 과정이 다르고, 10년과 5년이라는 권좌의 기간도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후광과 집안의 부침이라는 결정적인 공통점을 가진 두 지도자의 현재가, 출범 2년만에 이토록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의미심장하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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