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타결 발표 전후로 각종 FTA 타결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 와중에 국민이 제대로 알지 못하는 FTA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깜깜이 FTA’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국회의 자료요구권이 무시됐다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부가 무능하기 때문인지, 혹여 밀실협상의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타결된 한·뉴질랜드 FTA 영향과 관련해 “협상 타결 이후 한·뉴질랜드 FTA 영향분석은 이번 협상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실시하고 결과를 추후에 알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17일 다수의 언론이 한·뉴질랜드 FTA로 인한 피해수준이 캐나다와 유사할 것이라고 보도한 뒤였다.
농림부는 “한·뉴질랜드 FTA 국내 대책은 영향분석 결과를 고려,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및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필요시 지난 9월 발표한 한·영연방 FTA 국내보완대책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추가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도 설명했다. FTA 타결과 동시에 지원방안과 국내 보완대책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FTA의 구체적인 내용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심지어 한·뉴질랜드 FTA가 타결되기 4일 전인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이 협상에 대해 질의하자 고작 두 쪽짜리 자료를 제공했다는 사실이 ‘한겨레’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다. 김동철 산자위원장이 지난달 22일 뉴질랜드와의 협상과 관련해 주요 쟁점과 합의·미합의 쟁점에 대해 질의하자, 산업부는 한국이 공산품의 양허 확대와 더불어 워킹홀리데이 확대 등을 요구했고 뉴질랜드는 낙농제품에 대해 시장개방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원고지 3매 분량 자료를 보냈을 뿐이라고 한다. 그나마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안타깝게도, 국회는 현재 협상이 진행중인 사안에 대해 자료요구를 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통상절차법에 규정된 내용이다. 정부가 통상절차법이 정한 국회의 권한을 무시한 사례는 한·뉴질랜드 외에 다른 사안에서도 발견된다.
무엇보다 정부가 통상절차법을 무시한 이유가 법에 대한 무지의 소치냐 하는 점이다. 진정 중앙 정부부처가 통상절차법에 대해 제대로 모른다면 무능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수정이 가능하다. 담당자를 문책하고, 통상과정에서 국회의 감시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법 적용을 철저히 하면 될 일이다.
특별히 통상절차를 감추고 밀실협상을 할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다. 정부 관료들이 국회의 감시를 벗어나 자의적으로 통상절차를 진행한다면, 그 결과에 국익이 제대로 반영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FTA 협상 이후 세부 사항에 대한 재협상 요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FTA 체결 과정에서 “이 정도는 시장을 개방하고, 대신 이 정도 시장개방을 얻어내자”는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를 따지면 정부가 일하는데 힘들다고 주장한다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떠나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FTA 체결 목적은 정권의 치적쌓기가 아니라 국민의 이익 증대이며, 관료들의 충성경쟁 역시 그 방향이 국민을 향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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