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겟돈'(Abegeddon)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Abenomics)’와 성서의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대재앙 ‘아마겟돈(Armageddon)’을 합성한 용어다. 말 그대로 아베노믹스가 실패로 돌아갈 경우 일본경제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에 들어설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를 담고 있다. 2013년 6월초 UBS자산운용의 글로벌 투자책임자(Global Chief Investment Officer) 알렉스 프리드먼이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12월 취임 직후부터  과감한 금융 완화(통화공급 확대), 엔화 평가절하, 인프라 투자 확대, 적극적인 성장정책을 추진해 왔다. 20여년간 이어진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였다. ‘2%대의 인플레이션, 무제한 금융완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내세우며 통화공급을 늘려 ‘윤전기 정책’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이후 일본 경제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엔저 드라이브는 신의 한 수라는 평가도 받았다. 100엔당 1400원 수준이던 환율은 2년만에 940원대로 떨어지며 일본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회복시켰다. 일본 국민들도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지난해 6월 프리드먼은 아베노믹스로도 모멘텀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아베겟돈’을 언급했다. 일본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접어들면 국채 투자자들이 엑소더스처럼 빠져나가게 되고 이는 일본 정부의 부채비율을 급등시켜,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0.8%대에서 5% 가까이로 폭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금융시스템이 손상되고 은행이 위험에 처하게 돼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기저에는 240%에 육박하는 국가부채비율이 자리잡고 있다.

물론 프리드먼은 아베겟돈 시나리오가 단기간에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시나리오의 주요 정차역의 하나인 채권시장에서의 투매가 쉽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웬만한 단기매매 정도는 일본 중앙은행이 어렵지 않게 대응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고음이 잦아진 것은 지난 4월 일본 정부가 소비세를 인상하면서부터다. 이로 인해 1분기 +6.1%였던 GDP 상승률이 2분기 -7.1%(연율)로 돌아섰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함께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심화됐다. 1990년대 소비세 인상으로 침체를 겪은 바 있는 트라우마도 함께 언급됐다. 이어진 3분기마저 전분기 대비 -0.4%를 기록하며 마이너스 성장이 이어지자, 아베노믹스의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아베 총리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18일 밤 기자회견을 열고 하원(중의원)을 21일 해산하고 내년 10월로 예정됐던 소비세율 인상도 2017년 4월로 18개월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중의원 해산에 따른 총선은 다음달 14일 치러지는데, 475석 중 과반수를 얻지 못할 경우 퇴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의 쟁점이 경제정책, 즉 아베노믹스에 있다고 못을 박았다. 물론 과반수에 견줘 80석이 넘게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민당 연립여당이 선거에 질 확률은 높지 않다. 오히려 주요 악재를 해소하고 소비세 증세 연기의 명분을 얻기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작금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자민당이 조기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데다 공적연금(GPIF) 개혁으로 인한 주가 상승 가능성이 있다며,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아직은 완전한 악재는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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