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안전관리 위기사업장으로 지정한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지난 19일 또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협력업체 한 직원이 냉각수 수위를 확인하려다 실족해 섭씨 70~80도의 냉각수 웅덩이에 빠진 것이다. 이 직원은 전신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폐혈증에 의한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로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는 2012년 9월 이후 9건의 안전사고가 발생, 모두 13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대기업 산업현장에서의 사고 소식을 전해 들을 때 마다 ‘세계 일류 기업’을 표방한 기업들이 왜 산업재해 사고예방만큼은 후진국 수준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더욱이 안전관리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정부의 특별관리를 받고 있는 사업장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는 어처구니 없음을 떠나 할 말을 잃게 만든다.

현대제철은 사고가 잇따르자 지난해 12월 1200억원을 투입해 사업장 안전을 확보하고 안전관리 전담인력도 늘리겠다는 안전관리 개선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사망사고로 현대제철의 개선대책이 허술했고 실효가 없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산업재해는 현대제철의 문제만은 아니다. 지난해 1월 불산 누출사고로 1명의 사망자와 4명의 부상자를 낸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에서는 같은 해 5월 또 불산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항제철소 내 제1파이넥스 공장 화재사고, 전남 여수산업단지 대림산업 2공장 폭발사고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사업장에서 지난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근로자 10만명당 9.6명이다. 미국 3.8명, 독일 2명, 일본 2.3명보다 3~4배나 높다고 한다. 이런 오명을 벗지 못한 이유는 무엇보다 관리경영자의 인식이 여전히 바뀌지 않은데 있다. 지난해 불산누출 사고가 두 번이나 발생한 삼성전자의 한 사장급 임원은 사고발생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저는 돈이나 벌어야죠”라고 말했다가 물의를 일으키게 되자 사과 글을 올리기도 했다. 단적으로 책임있는 경영자의 이같은 발언은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안전의식 수준을 대변해 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권한도 능력도 없는 하도급업체에 가벼운 책임을 묻는 식의 피상적인 조치들로 사태를 미봉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사업주에 대한 즉각적인 구속 수사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업장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산재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 아니 무엇보다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가는 이해할 수 없는 사고가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경각심을 가질 수 있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이름 바꾼 체면이라도 서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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