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물건을 놓고 시행사와 임차인 측 감정평가액에 최대 270%까지 차이가 나 물의를 빚은 한남더힐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가 감정평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다. 감평업무와 관련해 금고 이상의 형을 2회 받은 감정평가사는 영구퇴출될 수도 있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20일 감정평가 단계의 부실요인 제거, 정부의 관리감독강화, 업무환경 개선 등 3개 축을 뼈대로 잡은 ‘감정평가 공정성 강화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의뢰제도 등으로 평가단계 부실 막기

먼저 부실평가 요인의 발생을 막기 위해 ‘재의뢰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정한 사유가 발생했을 때 최초 감정평가한 업자가 아닌 다른 평가업자를 선정해 재평가하도록 하는 제도다. 국토부는 이 제도의 적용 대상을 공적평가 전체와 갈등이 첨예한 일부 사적평가로 넓히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토지보상법 등 일부에 한해 도입됐던 이 제도를 국공유재산 평가 등 공적평가 전체로 확대한다. 대상 법령은 12개 법령에서 56개로 확대된다. 아울러 민간에서 원하는 경우에는 사적평가에도 제3의 기관(감정원 또는 협회)이 평가업자를 추천하도록 했다. 특히 ▲민간 임대주택 분양전환가격 평가에서 최고평가액이 최저평가액의 150%를 초과한 경우 ▲위법·부당한 평가로 사업자 또는 임차인 과반 이상이 원하는 경우 등에는 재의뢰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평가액 산출근거 구체적 공개 ▲공시지가기준법 중 ‘그밖의 요인 보정’ 기준 구체화 등 자의적인 평가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들도 함께 도입된다.

감정평가 심사제도도 개선한다. 자체심사 대상은 현행 대형법인(소속평가사 50인 이상)에서 중소법인(10인 이상)까지 확대하고, 민간 임대주택 등 갈등이 첨예한 분야는 사전심사 대상에 포함하도록 했다. 부실 심사자에 대한 제재 근거와 심사지침도 마련된다.

관리감독 강화…영구퇴출도 가능

정부의 관리감독 기능 강화는 이번 개선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다. 먼저 기존 ‘감정평가사징계위원회’를 ‘감정평가감독징계위원회’(가칭)로 확대개편한다. 평가사와 평가법인에 대한 징계권을 총괄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평가는 감정평가사징계위가, 법인은 공무원이 징계하도록 해 법인 징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2000년 이후 업무정지 등 법인에 대한 징계 사례가 없었다.

부적격 감평사는 영구퇴출된다. 직무와 관련한 사항으로 2회 이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평가사는 ‘영구제명’(2스트라이크 아웃)을 당할 수 있다. 현재는 자격 및 등록취소된 평가사라도 3년만 지나면 다시 등록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타당성 표본조사의 조사사례를  800건에서 2000건으로 확대하고, 부적정 사례는 정밀조사 후 징계와 연계하도록 했다.

감정평가사 합격자를 단계적으로 줄여 감정평가사의 질적 저하를 막는 방안도 포함됐다. 올해 180명에서 2017년 150명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평가사에 대한 윤리교육 시간을  연 150분에서 2배로 늘린다는 방안도 나왔다.

한편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더힐’ 임대주택의 분양전환을 위한 감정평가 결과, 시행사와 임차인측 평가액에 평형별로 153%에서 274%까지 큰 차이가 발생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후 감사원 조사 결과 양측 모두 ‘부적정’ 판정을 받았으며, 관련 감정평가사 4명은 업무정지, 세입자측 2개 법인에는 과징금 2억원 내외가 부과됐다. 시행사측 2개 법인은 경고처분을 받았다.

한남더힐 평가액 차이   ©중기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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