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해질 것 같았던 일본해 표기 논란은 지난 20일 다시금 불거졌다. 이번엔 이케아 한국어 모바일페이지다. 이 페이지 중 광명점 위치를 안내하는 곳에 일본해라고 표기돼 있어 문제가 됐다. 물론 지도에서 광명점 위치만 확인하면 동해인지 일본해인지 알 길이 없으나 지도 축척을 대폭 조정해서 확인해 보니 일본해로 표기돼 있다는 것이다. 이케아는 구글지도를 자사 홈페이지에 끌어온 것일뿐 직접 일본해 표기를 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또다시 이케아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벌써부터 ‘친일기업’이라는 딱지까지 붙었다.

이케아가 국내 진출에 있어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다는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니다. 구글지도의 경우 한국어페이지로 접속할 때만 지도에 ‘동해’라고 뜬다. 그외 일본, 영국, 독일 등에서 동해의 위치를 확인하면 전부 ‘일본해’라고 뜬다. 한국 소비자들을 고려해 한국에만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이케아는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구글지도를 자사 홈페이지에 쓰는 과정에서 동해 표기 여부까지는 생각이 닿지 못한 것이다.

 

이케아 관련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에는 광명지역 가구소상공인에게 판매 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약속한 이케아가 매장이 아닌 주차장을 내어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말뿐인 상생협약이라는 비판을 샀다. 지난 8월에는 이케아가 정규직 사원을 뽑는다고 채용공고를 내 놓고 면접과정에서 계약직이나 파트타임으로 근무할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는 이케아가 롯데아울렛에 부지를 임대해주고 편법적인 방식으로 복합쇼핑몰을 구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꾸준히 문제들이 터졌지만 이번만큼 논란이 크진 않았다. ‘친일’ 프레임이 씌워진 이케아에 대한 불매운동 조짐도 있다. 경기도의회 김영환 의원은 이케아가 친일 편향적 기업정책을 펴고 있다며 제품 불매 결의안을 제출했다.

이케아의 친일논란을 보고 있자니 앞서 비슷한 논란에 휘말렸던 기업들이 떠오른다. 2012년 구글이 ‘일본해’ 표기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2013년에는 지도 서비스를 론칭한 애플이 또 다시 같은 이유로 비판을 받았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가수 김장훈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구글과 애플의 일본해 표기를 항의하는 광고까지 냈다.

지난해 초에는 일본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독도를 다케시마로 바꾸는 일본 캠페인을 후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며 국내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한일관계가 냉각돼 있던 터라 불매 여론은 꽤 크게 번졌다. 유니클로가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 속에 논란은 잠잠해졌다. 지난해 한국에서 7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유니클로는 올해 1조원을 목표로 삼고 있다. 친일논란을 딛고 재기에 성공한 셈이다.

어떤 글로벌기업이든 새 시장에 진출할 때는 기존 시장으로부터 역풍을 맞는다. 이케아도 그렇다. 이케아가 잘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고, 비판 중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여기에 대처하는 기업의 자세가 관건이다. 이번 일본해 사태는 한국 정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이케아의 뼈아픈 실책이다. 이케아가 친일논란을 잠식시키고 또 소상공인들에게 약속한 상생협약 등을 지키면서 한국시장 현지화에 성공할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