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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유출 피해’ 무역위 조사제도 통해 구제를 불공정무역행위 조사제도…수출입·판매·제조 중지 제재

기사입력2014-11-26 00:00

채송화 기자 (songhwa0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영업기술 유출 피해사례

<자료=불공정 무역행위 조사제도 심포지엄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인천에 위치한 노래방용 음향증폭기 제조업체 A사에서 개발팀장으로 일했던 K씨는 지난 2011년 돌연 사직서를 냈다. K씨는 퇴사하면서 회사의 설계도면 등 제조기술 정보를 하드디스크에 몰래 저장해 빼돌렸다. K씨는 곧 회사를 설립, 이 기술을 이용해 동일한 제품을 만들었고 6개월 동안 베트남으로 수출했다. 기술개발 비용에 한 푼도 쓰지 않은 K씨는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었다.

경찰청 산업기술유출 수사대는 K씨를 형사처분하고 이 사실을 무역위원회(이하 무역위)에 알렸다. 무역위는 A사의 기술자료·정보의 영업 비밀성을 인정하고 영업비밀 침해행위가 존재한다고 판정했다. 무역위는 K씨에게 판정일로부터 3년간 수출 및 제조행위를 금지하는 시정조치를 내리고 4800만원을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가 24일 코엑스에서 개최한 ‘불공정 무역행위 조사제도 심포지엄’에서 이규탁 경찰청 외사수사과장은 “경찰청이 2010년 창설한 산업기술유출 수사대는 이처럼 피해사건이 발생하면 형사처분에서 끝내지 않고 무역위에 통보한다”며 “통보받은 무역위는 가해기업에게 수출입 제재, 제조 중지, 과징금 부과 등의 엄격한 행정처분을 내려 피해기업을 구제한다”고 소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24일 코엑스에서 불공정 무역행위 조사제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 모습. ©중기이코노미

이규탁 수사과장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발생한 기술유출 피해기업의 87%가 중소기업이며, 사람을 통해 유출된 경우 내부자로 인한 유출이 83%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대검찰청 첨단범죄수사과에 따르면,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검찰의 처리건수는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2008년 270건, 2009년 292건, 2010년 356건, 2011년 439건, 2012년 448건을 기록했으며, 중소기업의 기술유출 1건당 평균 피해금액은 지난해 16억원까지 올랐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인력, 보안시스템 등의 인프라가 부족해 기술유출 피해에 쉽게 노출돼 있지만 피해를 입어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침해입증의 어려움, 사건해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력 손실 및 전문가 비용 부담, 재판과정에서 영업비밀이 유출될 수 있는 위험, 미흡한 손해보전과 처벌·제재 수준 등이 중소기업이 피해를 당해도 참고 지나가는 이유다.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검찰의 기소건수

<자료=불공정 무역행위 조사제도 심포지엄 자료집> ©중기이코노미

기술유출 등으로 중소기업이 피해를 입었을 때는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는 게 가장 대표적이다. 가해기업에 대해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조사 후 구속할 수도 있어 침해 행위를 잠정적으로 멈추게 할 수 있지만, 영업정지를 시킬 수 없는 한계를 갖고 있다.

형사처분 다음으로 선택할 수 있는 조치는 민사소송이다. 민사소송은 상대적으로 기간이 오래 걸리는데다 비용도 많이 들고 또 가해자의 침해에 대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승소한다고 해도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수사기간 동안의 강제력을 동원해 자료를 확보한 후 민사소송을 진행한다.

무역위는 중소기업의 피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돕기 위해 불공정무역행위 조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법원, 특허심판원 등 타기관에 비해 조사기간이 짧다. 조사 개시 결정일로부터 6개월 내에 최종 침해 여부를 판정해 가해기업에 대해 시정조치와 과징금을 부과한다. 피해를 당한 기업이라면 누구든지 무역위에 조사를 신청할 수 있다.

위반업체로 최종판정되면 무역위는 수출·수입·판매·제조 행위 중지 등의 제재조치를 내린다. 최종판정이 내려지기 전이라도 불공정무역행위로 인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있거나 그러한 우려가 있다면 잠정조치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조사개시 한 달내에 가해기업의 수출입 및 판매, 제조 등 침해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제도다. 단, 피해기업은 잠정조치 시행기간 동안 예상되는 거래금액의 절반을 무역위에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 만약 잠정조치가 결정된 가해기업이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기술유출 발생시 중소기업의 외부조치

무역위에서 인정하는 불공정무역행위는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을 제조 또는 수출입하는 행위 ▲원산지표시 위반 물품을 수출입하는 행위 ▲허위 과장표시 물품을 수출입하는 행위 ▲수출입 계약사항 미이행 및 계약과 다른 물품의 수출입 행위 등이다. 국내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영업비밀 침해물품은 지식재산권 침해물품으로 규정돼 무역위의 구제를 받을 수 있다.

이날 김&장 법률사무소 이석희 변호사는 “국내 기업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해외유출도 증가하고 있으며, 주로 첨단분야에서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발생하는 기술유출은 특정 분야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어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영업기술 유출사건을 강력하게 규제하기 위해 ▲조사 신청서를 간소화하는 한편 피해기업에게 조사신청을 독려하고 ▲전문가와 기관이 연계해 조사의 신속성과 전문성을 높여야 하며 ▲가해기업의 조사거부, 방해, 비협조에 대해 실효적인 제재수단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