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지 않은 꽃이다. 생명력을 잃은 맨드라미가 캔버스에 죽 늘어서 있다. 으레 봐왔던 꽃 그림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안창홍 작가의 꽃이라 그렇다.

소시민들의 삶을 풍자적인 시선으로 그려온 안창홍 작가가 신작으로 꽃 시리즈를 선보인다. 오는 28일부터 한 달간 서울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리는 ‘안창홍의 뜰’ 전시에서다.

그간 안창홍 작가는 정치적인 발언이 담긴 작품을 발표해왔다. 안 작가는 “역사는 권력자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역사의 주체는 소시민이다. 나는 그들을 노래하고 싶다”는 신념 아래 인물화를 주로 그렸다. 작품 속 인물의 눈과 귀에 구멍을 내어 소통부재의 현실을 드러내기도 했다.

안 작가가 풍경화를 그리는 것은 화가 인생 40년 만에 처음이다. 전시를 기획한 더페이지갤러리 이은주 큐레이터는 “이번 신작은 꽃들이 작가의 메시지를 대변하고 있다. 세상의 시작과 끝, 생성과 소멸, 존재의 영원성에 대한 의문을 제시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속 맨드라미는 꾸며지지 않은 모습이다. 가지도 제멋대로 뻗어있고 생명력도 느껴지지 않는다. 안창홍 작가의 작업실 뜰에 있던 꽃들이다. 작가는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본질 속으로 들어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안창홍 작가의 신작 20여 점이 전시되는 ‘안창홍의 뜰’은 다음달 28일까지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