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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인권’ 소홀하면 납품길 끊길 수도 인권경영, 대기업 넘어 중소기업에도 생존의 문제

기사입력2014-11-26 14: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삼성전자 서초사옥 ©중기이코노미

지난 7월 중국 현지 협력업체가 노동법이 채용을 금하는 10대 초반의 아동을 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삼성전자가 큰 곤욕을 치렀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삼성전자는 해당 협력사와의 거래를 일시 중지하고 실태를 확인하는 등 조치에 나서야 했다.

애플 역시 중국 현지 협력업체의 저임금 고강도 노동 의혹에 대해 지속적인 비판을 받아왔다. 애플 자체공장이 아니라 협력업체였지만, 인권을 무시하는 업체와 거래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애플의 윤리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처럼 기업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인권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다양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25일 국가인권위원회와 서강대 법학연구소가 공동 주최한 ‘2014년 제2회 인권경영포럼’에서 삼일PwC 정재웅 부장은 “인권경영은 윤리적인 측면뿐 아니라 기업 생존에 직결되는 리스크 관리의 측면에서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중소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인권경영’ 주제발표를 통해, 인권경영이 글로벌 기업들만의 이슈가 아니라 중소기업 생존에도 직결되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인권경영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지속가능경영의 일환이라는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정 부장은 “재무적 가치와 함께 비재무적 성과를 함께 고려해야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며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배경을 설명했다.

지속가능경영이 소비자 선호와 직결된 문제라는 점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증명된 바 있다. 삼일PwC가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기업 호감도 개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친환경 제품/서비스’가 첫 손에 꼽혔다. 자선단체 기부, 기업의 사회/환경 캠페인 등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친환경, 좋은 기업, 투명성이 기업에 대한 소비자 선호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 대상 기업 호감도 개선에 영향 미치는 요인 조사

(단위: %) <자료=2014년 제2회 인권경영 포럼 자료집>

금융기관 등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도 지속가능경영의 관점이 반영되고 있다. 정 부장은 “장기간의 투자를 해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의 경우 지속가능경영을 주요하고 고려하고 있다”며, “수익률을 중시하는 펀드에서도 환경사안 같은 문제가 생기면 기업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서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경영은 이미 세계적으로 보편화된 상황이다. EU의 유럽의회는 일정규모 기업들에 대해 지배주 정보공시 의무화 지침을 채택하기도 했다. 이 지침에 따라 기업들은 인권, 노동, 환경, 투명성 관련 정부를 공개할 의무가 생겼다. 2016년부터 각국에 법안 형태로 적용될 경우 2017년부터는 인권경영에 대한 의무가 직접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장은 “유럽의 녹색경영과 탄소트렌드처럼 지속가능경영 트렌드 역시 한국에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기업들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5일 국가인권위원회와 서강대 법학연구소는 ‘2014년 제2회 인권경영포럼’을 공동으로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인권경영 안지키는 중소기업, 벤더 제외 위험 있어
이처럼 대기업과 글로벌기업들이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기 시작하고, 특히 애플과 삼성처럼 협력업체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로 이미지에 손상을 받은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중소기업에게도 지속가능경영과 인권이슈가 현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해외 주요 대기업들이 실천하고 있는 인권경영 관리를 도입하는 국내 대기업들도 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6월 윤리규범을 전면개정하면서 인권존중을 별도의 항목으로 명문화했다. 기본원칙에 ‘인권경영’을 명시했고, 실천지침에는 “거래회사가 인권관련 국제기준에서 요구하는 인권규정을 준수하고 직원의 인권을 보호하며 공정하게 대우하도록 지원한다”고 규정했다.

삼성전자 역시 협력사 준법경영 프로그램을 강화하기로 했다. 협력사의 준법경영 현황을 진단하고, 협력사의 아동채용 금지 등 프로세스를 강화했다. 모니터링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물량축소나 거래중단을 검토하기로 했다.

정 부장은 중소기업들이 인권경영을 실천하지 않다가는 “대기업 벤더 풀에서 빠지는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며, 중소기업들이 인권경영에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를 설명했다.

인권경영 체크리스트

<자료=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월 ‘인권경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개념이 넓고 포괄적인 인권경영의 실천을 돕기 위해서다. 가이드라인 제작 과정에서 학계와 연구소, 시민단체 등 기업과 인권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쳤으며, 공기업과 사기업을 대상으로 시범적용과 의견조회도 실시했다.

‘인권경영 가이드라인’은 기업활동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인권을 기업이 보호·존중해야 한다는 일반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또 인권경영을 위해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10가지 기업활동 운영원칙으로 ▲인권경영체제 구축 ▲고용상의 비차별 ▲결사 및 단체교섭의 자유 보장 ▲강제노동의 금지 ▲아동노동의 금지 ▲산업안전 보장 ▲책임 있는 공급망 관리 ▲현지주민의 인권 보호 ▲환경권 보장 ▲소비자인권 보호를 제시했다.

인권위는 “체크리스트를 이용하면 기업 스스로 인권경영 실천여부를 자가진단할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인권침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영상 취약부분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해 기업 활동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를 미리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