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장소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괴한을 만났을 때 명심해야 할 것 한가지. 특정인을 지칭해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허공에 대고 도와달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거기 빨간옷 입은 여자분 119에 전화 좀 해주세요”라고 구체적으로 말을 하라는 얘기다. 구체적인 대상을 정해 말하지 않으면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에 아무도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타깃 정하기’는 경제시장에도 적용된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범하는 오류 중 하나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제품을 팔겠다는 야심이다. 표본이 많아야 팔기도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나 쓸 수 있는 ‘무난한’ 제품으론 기존 시장을 뚫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우리 기업이 누구를 대상으로 사업을 할지를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타깃을 분명히 해 성공한 기업이 있다. 2014년 3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중국 내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차지한 샤오미다. 2010년 4월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한 샤오미는 중국어로 ‘작은 좁쌀’이라는 뜻이다. 말 그대로 작은 좁쌀에 불과했던 샤오미는 불과 4년만에 시장 1위로 우뚝 섰다. 그 배경에는 시장 세분화를 통한 타깃 설정이 있었다. 

샤오미의 타깃은 중국 ‘주링허우’ 세대다. 주링허우는 1990년 이후라는 뜻으로, 90년대 이후에 태어난 중국의 신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주링허우 세대는 소비성향이 강하고 새로운 제품에 대한 수용도가 높다. 중국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도 낮은 게 특징이다. 사업 초기 샤오미를 키운 건 주링허우 세대였다. 샤오미는 테크놀로지에 밝은 주링허우 세대들을 제품개발에 참여시켰다. 샤오미는 자사 운영체제인 미유아이(MIUI)를 소비자 참여를 바탕으로 개선해 나갔다. 거기 참여했던 소비자들은 ‘미펀’(샤오미의 팬을 지칭하는 말)이 됐다. 미펀은 사업초기 30만명에서 시작해 현재는 9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영국 디자인회사 탠저린의 이돈태 공동대표는 중소기업이 10만명의 열혈팬만 있으면 무얼 해도 성공한다고 말한다. “열혈팬은 시장 세분화에서 탄생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말이다. 소비자들은 누구나 쓸 수 있는 제품에는 열광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딱 맞는 제품이나 서비스라는 느낌을 받아야 비로소 브랜드 충성도가 생긴다. 샤오미의 UI처럼 소비자가 직접 개발 과정에 참여해 제품 변화를 지켜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처음엔 100명이라도 좋다. 우리 제품에 열광할 수 있는 타깃 소비자를 키우는 것이 중소기업의 관건이다. ‘아무나’ 살 수 있는 제품은 ‘아무도’ 사지 않을 수 있다. 좁쌀로 시작해 1인자로 우뚝 선 샤오미의 성공에서 우리 기업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