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예적금 상품 금리를 잇따라 내리면서 손실우려가 높은 고위험상품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금융권을 이용한 한 보도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의 경우 적금상품 금리를 0.1%포인트에서 0.15%포인트까지 낮춰, 금리가 1.75%~2.85%로 떨어졌다. KB국민은행도 정기예금 등 13개 상품 금리를 0.15%포인트에서 0.2%포인트 내렸다. 또 12월부터 퇴직연금상품 금리도 0.2%포인트 낮출 예정이다. 하나은행 역시 예적금 금리를 0.05%~0.2%포인트 인하했다.

이처럼 예적금 금리가 2%안팎을 기록하면서 비록 ‘안정적’이라 해도 이들 금융상품에만 돈을 넣어놓을 수 없는 노릇이 됐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이자가 붙는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1981년 11월19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금융통화운영위원회가…1년만기 정기예금 금리를 연 19.5%에서 18.6%로 0.9%포인트 인하…1년만기 우대가계예금금리는 연 21.6%에서 20.4%로 1.2%포인트…인하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1억원을 1년만기 우대가계예금금리에 넣어두면 1년뒤 1억2040만원(세전)이 됐다.

저금리 때문에 무턱대고 땅이나 아파트에 투자할 수도 없다. 부동산 역시 매매차익을 통한 이익실현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임대수익률 또한 연 4~5% 수준이다. 법인CEO를 대상으로 한 경제·경영·예술 월간지 ‘비자트’ 12월호에 따르면 전국의 지가는 1980년대 연평균 20% 이상 급등했지만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동안에는 4% 오르는데 그쳤다. 무엇보다 거래 자체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금손실 위험이 있더라도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투자상품에 몰리는 게 자연스런 현상이다. 하지만 한때 저금리의 대안상품으로 펀드열풍이 불었던 때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6~7년전 당시 은행에 가면 ‘어느 주식형펀드의 경우 200%의 수익을 냈다’느니 하면서 ‘적금깨고 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유받는 게 흔했다. 하지만 펀드 역시 손실이 이어지면서 그 인기는 시들해졌고, 알토란 같은 적금을 깨 펀드에 투자한 서민들의 피해가 적지 않았다.

‘무엇·어디’에 투자하든 과거처럼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운 저금리 시대다. 때문에 시간을 갖고 재테크 원칙을 지켜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제 얼마의 자금이 필요할지 예측해보고, 지금 자산포트폴리오는 제대로 구성됐는지 검토해 볼 때다. 시류를 따르는 것이 반드시 능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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