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농협 통장에서 자신도 모르게 1억2000만원이 빠져나간 A씨. 2~3분 간격으로 약 300만원씩 수십차례 인출됐지만, 이 수상한 거래를 농협은행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은행이라는 보안시스템을 믿고 거래를 해 왔던 A씨 뿐 만아니라 금융소비자로서는 황당함을 넘어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었던 사건이었다.

이처럼 갈수록 지능화되는 금융사기를 막기위해 도입된 시스템 중 하나가 이상거래탐지시스템(FDS)이다. 금융거래 패턴 등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이전과 다른 이상한 거래가 의심되면 거래를 일단 중단시키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중은행은 강제사항도 아닌 데다 추가로 비용이 지출된다며 FDS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자료=김기준 의원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들이 FDS 도입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이 공개한 당시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은 전부 도입해 가동중이지만 은행은 신한은행과 부산은행 단 두 곳 뿐이었다. 카드사들은 FDS를 도입해 최근 5년간 8개사가 14만8386건의 이상거래를 적발해 금융사고를 막았다. 은행중에서는 신한은행이 2013년에 이 시스템을 도입해 1만여건이 넘는 이상거래를 적발, 금융사고 예방에 활용하고 있다.

<자료=김기준 의원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은행권에도 시스템 도입을 권고하고 있지만 나머지 은행들은 아직도 FDS를 구축중이거나 계획만 세워놓고 있다. 증권사의 경우도 4곳(동양, 미래에셋, 씨티, 우리)만이 이 시스템을 운용 중이다.

이에대해 김기준 의원은 “인터넷이나 전화를 이용한 금융사기는 날로 지능화되고 있는 반면 정부가 내놓는 대책은 대부분 고객들에 대한 주의당부에 머물러 있다”며 “금융사고는 금융회사의 책임도 큰 만큼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사고예방에 나설 수 있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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