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보입니까? 잘 들립니까?” “의뢰인 말씀하세요”

전직 법무장관은 차별화된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화상 법률상담 시스템’을 개발했다. 그리고 사업설명회를 통해 이 사실을 알리고,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새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네트워크와 시스템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음성과 화상 상태가 좋지 못했다. 화면은 끊기고 소리는 들리지 않아 상담이 잘 이뤄질 수 없었다.

직접 방문하지 않고 먼 곳에서도 화면을 통해 법률상담을 한다는 것은 신선하고 좋은 발상이었지만, 시기상조였다. 사업 실패를 시스템과 네트워크 불안으로 판단하고 화상회의 시대가 언젠가는 오리라는 기대감으로 계속해서 사업을 하다 결국 ‘더 큰 실패’라는 아픔을 겪었다.

그렇다면 2014년말 현재,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광대역 LTE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충분히 발전한 기술과 네트워크를 통해 화상 법률상담을 할 수 있을까? 단호히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없다고 말하고 싶다.

원거리에도 불구하고 마주 보듯 법률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화상회의 기술이 필요한데, 이 기술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장비를 사용하는 하드웨어(H/W) 제품과 소프트웨어(S/W)로 말이다. 사실 1998년도에 필자는 코넬 대학의 화상회의 기술을 도입해 사업을 하면서, 언젠가 화상통화나 화상회의가 상용화될 것을 예상했다. 마치 007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대형화면을 통해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이야기하거나 회의를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당연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준비하며 사업도 꾸준히 진행해 나갔었다. 게다가 미국에서 발생한 9.11테러 이후, 미국을 비롯해 유럽에서는 해외출장을 기피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화상회의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잠시 유행했을 뿐 화상회의 기술이 거북이 걸음을 면치 못하다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돼 갔다. 왜 편리하고 유용한 화상회의 기술이 우리나라에서는 뿌리내리지 못한 것일까? 그 이유를 ‘습관’에서 찾고 싶다.

습관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번 되풀이함으로써 저절로 익고 굳어진 행동, 또는 치우쳐서 고치기 어렵게 된 성질’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이 없어서 첨단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습관이 그 첨단기술을 거부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의 습관과 첨단문화가 괴리감을 형성한 것이다.

생각해보자.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화상통화! 실제 우리는 당장에라도 스마트폰을 통해 누군가와 화상통화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IT강국이니 기술은 충분하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 얼굴을 보며 통화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사람은 화상통화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 문화가 “여보세요”를 귀와 입을 통해 듣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충분한 소통을 굳이 눈으로 보면서 복잡하게 할 이유는 없으니 말이다. 심지어 전 국민에게 스마트폰을 보급하는데 일조한 ‘카카오톡’은 더 단순화된 소통의 장을 열었고, 전화보다도 문자메시지를 통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결국 우리는 첨단기술로 대표되는 화상통화보다는 습관화된 문자를 이용하는 것에 더 익숙해 있다. 그래서 단순한 문자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하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에 집착하며 그것을 통해 사업을 하고 특허를 내는 것에만 목매어서는 안된다. 설령 ‘세계 최초’라는 수식어를 얻었더라도, 과연 그 기술이 사람들 그리고 사람들의 습관 나아가 문화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MTT 신용완 대표이사]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