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이 스물다섯. 이원국 대표가 컵캐리어를 만드는 디자인회사 ‘토블디자인’의 대표로 사업을 시작한지 벌써 2년이 넘었다. 흔히 말하는 1인 창조기업 CEO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 탓에 우여곡절도 많았다. 

“아예 반말부터 먼저 건네고 시작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제가 어리숙해 보인다고 뻔한 내용도 슬쩍 속이려는 분들도 있고요. 어린 나이를 탓하지도, 나이가 많으면 이런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될 것으로 생각지도 않아요. 모두 제가 하기 나름이겠죠”

이 대표는 부산경제진흥원 청년창업센터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이 대표는 커피전문점에서 사용하는 컵캐리어를 제작한다. 사업 첫 해인 2012년 매출은 300만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7000만원까지 급성장했다. 토블디자인에서 만든 컵캐리어는 동서식품의 커피브랜드 ‘카누’의 TV CF 소품으로도 쓰였다.

쿼터백(Quarter Bag). 이 회사 컵캐리어 제품의 이름이다. 기존 컵 캐리어에 견줘 4분의 1(Quarter) 정도의 종이로 가방(Bag)의 기능을 한다는 의미다. 85%는 재활용펄프를, 15%는 천연펄프를 써 만든다.

처음 아이디어가 나온 건 부산디자인센터의 코리아디자인멤버십 프로그램에서였다. 이 대표는 2011년 11월 국비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돼 이탈리아의 디자인 전문대학원인 도무스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았다. 팀을 꾸려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도 있었다. 프로젝트의 주제는 친환경 메시지를 담은 ‘지속가능한 디자인’이었다.

“저희 팀에서는 컵 홀더와 캐리어를 주제로 삼았습니다. 다들 종이컵만 주목하고 있지만 이러한 것들도 낭비되는 부자재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쿼터백의 장점은 원하는 수량별로 사용자가 직접 조립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개의 캐리어에 컵 한 개만 꽂을 수도 있고, 두 개를 조립하면 컵 두 개를 꽂을 수 있다. 최대 네 개까지 조립이 가능하다. 색깔과 디자인도 선택할 수 있다. 컵을 담는 역할만 했던 캐리어에 디자인을 입힌 것이다. 토블디자인은 쿼터백으로 두 개의 특허를 받아 놓은 상태다.

쿼터백은 해외로도 판매되고 있다. 판로 개척 활동을 따로 한 것은 아니지만 영국의 디자인 전문지 ‘월페이퍼’와 영국의 패키지 디자인 사이트 ‘패키징 오브 더 월드’, 캐나다의 트렌드 커뮤니티 사이트 ‘트렌드 헌터 에코’ 등에 우수 디자인으로 소개되며 해외에서 먼저 반응이 왔다. 이 대표에 따르면 쿼터백은 미국으로 20만개, 중국으로 12만개, 영국으로 7만2000개, 호주로 2만4000개가 각각 팔려나갔다.

국내에서는 커피용품 패키지 업체를 대상으로 B2B 거래를 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업체숍들로부터 납품 제안도 받았지만 거절했다. 이때는 사업 경험이 부족해 잘못 판단했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평가다.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요구하는 단가에 맞춰줄 수 없을 것 같아 거절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손해를 좀 보더라도 물량이 늘면 제조원가도 낮출 수 있었을 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후회가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디자이너로 시작해 혼자 사업을 하다 보니 어려운 점도 한 두 개가 아니다. 유통망 확보부터 홍보, 홈페이지 제작, 특허 출원, 세무까지 모두 도맡아야 한다. 사업을 키우려면 인력을 보강해야 하지만 아직은 직원들을 통솔할 자신이 없다고 시원스럽게 고백한다.

자신이 청년창업센터의 지원으로 사업을 시작했건만, 무분별한 청년창업 붐은 경계해야 한다고 선을 긋는다. “취업난 해소 방안으로 창업 열풍을 몰아가서도 안되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인 만큼 진짜 필요한 곳에 알맞게 쓰여야 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였다.

“저는 주변사람들에게 섣불리 사업하라고 안 합니다. 충분한 자금력과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으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제대로 된 아이템으로 진지하게 맞설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진지하게 창업을 고민해서도 안된다고 손을 내젓는다. 무작정 시작하는 창업은 돈낭비, 시간낭비에 배우는 것도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업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행복한지, 그리고 평생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본 뒤에 선택했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면 남의 일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 일’이 되어 즐기면서 할 수 있을 겁니다. 저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