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국실리콘 구본강 대표   ©중기이코노미

“많은 분들이 실리콘 주방용품을 보고 만져 보면서 부드럽기 때문에 불에 탈 것처럼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기존의 플라스틱 제품보다 열에 강합니다. 플라스틱 발화점이 100℃라면 실리콘은 300℃입니다. 300℃에서도 10시간을 견딜 수 있기 때문에 우려하는 것처럼 불에 약한 제품이 결코 아니죠”

예를 들어 플라스틱으로 만든 뒤집개의 경우 일정기간 사용하다 보면 높은 온도에 눌러 붙어 요리하면서 애를 먹게 된다. 하지만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뒤집개는 플라스틱보다 열에 강해 이런 문제가 없다는 게 (주)한국실리콘(www.hksilicone.co.kr) 구본강 대표(51)의 설명이다. 또 스테인리스로 만든 뒤집개를 사용하면 프라이팬 표면이 긁히는데 실리콘 제품은 그렇지 않다. 물론 실리콘이 갖는 부드러움 때문에 물건을 잡았을 때 느낌도 좋다.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제품보다 열에 강하고 긁힘이 없다는 편리성 외에도 무독성으로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도 실리콘 주방용품이 갖고 있는 강점 중 하나입니다”

더하자면 플라스틱 제품은 환경호르몬이 나오지만 차돌에서 추출한 원료(규소)를 사용해 만든 실리콘은 환경호르몬 걱정이 없어 친환경 제품이라는 것이다.

실리콘 고무는 안정성 때문에 방위산업, 항공산업 등에 사용되며 무독성 때문에 젖병, 젖꼭지 등 메디컬 응용산업에 광범위하게 쓰인다. 높은 온도에서도 반영구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며(내열성), 극저온에서도 잘 경화되지 않는(내한성) 강점이 있다.

실리콘 전문부품업체인 한국실리콘은 실리콘의 이런 강점을 살려 1년여의 연구개발 끝에 3년전 국자, 뒤집개, 주걱, 도마, 찜기 등 모두 100여 가지에 달하는 실리콘 주방용품을 출시했다. 주방을 좋은 것으로만 채운다는 ‘채움’ 브랜드를 롯데마트 전국 매장에, 주방을 꽃으로 가꾼다는 의미를 담은 ‘플로스’ 브랜드를 이마트에 내놨다. 출시이후 3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 온 채움과 플로스는 2013년 100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요리할 때 불에 타지않고 긁힘이 없는 친환경 실리콘 주방용품   ©중기이코노미

“자체 브랜드없이 중소기업 생존키 어렵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는데 순탄치만은 않았다. 구대표가 실리콘 주방용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몇 해전 유럽 시장을 둘러봤을 때였다. 기존 스테인리스나 플라스틱 제품보다 외모는 부드러우면서 내면은 강한 실리콘 제품을 보면서 그는 한눈에 반했다. 구대표는 한국으로 돌아 와 1년여 연구개발 과정을 거쳐 마침내 실리콘 주방용품을 내놓게 된다. 특히 각종 주방기구의 손잡이에도 실리콘을 넣어 특허를 받았다.

그가 이처럼 신제품 개발에 전념하게 된 계기는 사업 초반 락앤락 등 큰 주방용품 전문회사와 거래하던 중 판로에 대한 불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1993년 친구가 운영해오던 한국실리콘을 인수해 주방용품 전문회사인 락앤락과 거래를 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락앤락이 중국에 진출하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그가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였다.

“초창기 자판기 안에 들어가는 실리콘 호스를 만들었죠. 그러다 밀폐용기 뚜껑에 들어가는 실리콘 패킹을 제작하게 됐습니다. 대량 생산을 위해 기계를 만들고 제품을 출시하게 되면서 락앤락과 같이 하게 된 겁니다. 그때 공장도 넓히고 원료 회사도 차렸지만 락앤락이 갑자기 중국 진출을 하게 되면서 힘들어지게 된거죠. 당시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그대로 주저 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는 그 경험을 통해 중소기업이 자체 브랜드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가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 때 생각해 낸 아이템이 실리콘 주방용품이며 한국실리콘은 그렇게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

“원자재도 오르고, 인건비도 올랐죠. 대기업이나 큰 기업에서 가격은 낮추라고 요구하고…. 매출 1억원하면 900만원을 손해를 봤으니 되레 적자가 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벌어놓은 것으로 ‘남이 안하는 제품을 개발해야겠다’고 판단하고 실리콘 주방제품을 내놓은 것입니다”

500만원을 갖고 지하에서 3~4명의 직원들과 처음 회사를 시작한 일, IMF때 다른 회사들이 부도를 맞으면서 변제하느라 고생했던 일, 판로를 잃게 된 일 등도 있었지만 요즘 역시 기업하기 녹록치 않다고 강조한다.

“돌이켜보면 그 당시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로 기억되지만 지나고 보니 지금처럼 어려운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 실리콘 주방용품이 좋다는 것을 알음알음 알아 가는데 경기가 안 좋고 하니 실리콘을 선호해도 다른 제품보다 비싸 구매를 하지 못하더라고요. 브랜드도 아직 덜 알려져 판매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고요”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뒤집개는 플라스틱보다 열에 강해 불에 타지 않는다는 게 (주)한국실리콘 구본강 대표의 설명이다.   ©중기이코노미

기술력이 뛰어나도 팔 곳이 없다면 그리고 알릴 방법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제품도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실리콘 주방용품 글로벌 기업을 꿈꾸다

구대표에 따르면 스테인리스나 플라스틱 제품보다 실리콘 제품이 30% 정도 비싸다. 아직 제품 브랜드도 약하다. 그에게는 또 하나의 도전인 셈이다. 그래서 그는 판로를 다양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품질에 자신이 있기 때문에 다른 제품보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해도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기존 유통채널 외에도 쇼핑몰(www.jubangen.com)도 만들었고 무엇보다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금도 미국, 중국 등지에서 많지는 않지만 주문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LA한남체인 등을 통해, 중국은 아마존 차이나 등을 통해서죠. 하지만 이 정도로는 시장을 만들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전 세계에 4000여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월마트나 코스트코 그리고 케이마트 등에 우리 제품을 론칭시키기 위해 에이전시들과 협의중입니다”

한국실리콘은 락앤락, 글라스락 등에 실리콘 패킹 등 부품을 공급하면서 자체 실리콘 밀폐용기도 만들어 이들 업체와 선의의 경쟁도 이어가고 있다. 2004년에 ISO 9001인증을 획득했고 이듬해에는 ISO 14001인증을 얻었다. 2008년에 기술혁신 중소기업, 클린사업장, 기술혁신형 기업(INNO-BIZ), 벤처기업으로 지정됐고 2011년에는 인천비전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기술력과 제품우수성 등을 인정받았다.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시작해 실리콘 주방용품 브랜드인 채움과 플로스를 개발, 이처럼 기술력과 품질을 인정받은 구본강 대표. 그는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부엌을 한국산 주방용품으로 채워나가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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