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가 KBO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KBO는 물론이고 공정위 자체도 신고당해야 마땅하다. 13년간 직무유기를 저질러왔기 때문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KBO를 신고한 이유는 에이전트 도입 문제 때문이다. 에이전트란 프로스포츠 선수들의 계약을 대행하는 대리인으로, 한국을 제외한 주요 국가의 프로스포츠에서는 선수가 대리인을 이용해 구단과 연봉 등의 계약을 체결한다. 축구의 경우 FIFA의 국제규범에 따라 에이전트 제도가 공동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한국의 KBO 등 프로스포츠 단체들은 선수가 구단과 연봉계약을 체결할 대리인을 이용할 수 없도록 규약으로 정해왔다.
2000년 1월 프로야구 선수들이 선수협의회를 구성하고 부당한 규약을 개정해달라고 KBO에 요구했을 때, 에이전트 금지조항 또한 문제시 됐다. 이 문제는 공정위 제소로까지 이어졌고, 결국 공정위는 지난 2001년 3월 에이전트를 금지하는 KBO의 규약이 “구단으로 하여금 거래상대방인 선수에게 거래상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여 불공정거래행위를 하게 한 행위”이므로 이를 수정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후 KBO는 “선수가 대리인을 통해 계약을 체결하고자 할 경우에는 변호사법 소정의 변호사만을 대리인으로 해야 한다”고 규약을 도입했다. 그러나 KBO는 에이전트 제도의 시행일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하고 있다. 도입시기에 대해 “대리인 제도는 한국프로야구의 여건 및 일본의 변호사 대리인 제도 시행결과 등 제반 상황을 고려하여 프로야구 구단, 야구위원회 및 선수협회 전체 합의에 따라 그 시행시기를 정하도록 한다”라고 부칙조항을 만들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1년 개정된 규약은 대통령이 노무현, 이명박을 거쳐 박근혜로 바뀐 2014년에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을 통해 ‘규약’은 만들었는데, 그 실행이 13년째 미뤄진 것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심지어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국정 감사에서 시정명령 이후 10년 동안 대리인 제도가 시행되지 않은 것은 공정위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협의 중’이라고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기업들이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아랑곳 않는 모습을 보인 사안은 이밖에도 많다. 최근 두산은 증손회사인 네오트랜스의 지분을 매각하라는 공정위 시정명령을 무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손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공정위는 지난 3일 시정명령 이행독촉을 내렸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개별회사를 상대하는 일과, KBO라는 조직을 상대하는 일이 공정위에 주는 압박감을 다를 수도 있다. 2001년과는 다소 달라졌지만 KBO의 회원사들이 국내 최고의 대기업들인 것은 여전하다. 삼성, 기아, LG, SK, 롯데, 두산, 한화 등 면면이 화려하다. 공정위가 이같은 대기업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공정위가 대기업 눈치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오명을 벗고 지금까지의 행보가 직무유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은 “공정거래위원회는 KBO의 불공정거래행위 및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해 조속히 조사를 실시하여 엄중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제언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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