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담보로 20억원을 대출받은 식품·향료 제조업체 A사. 금리 부담을 덜기 위해 신한은행으로부터 TCB(기술신용평가기관)에 대한 설명을 받고 기술금융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당초 지점에서는 향료산업의 시장 한계 등을 이유로 금융지원을 꺼렸지만, 본점 심사부는 현장을 방문해 조향기술 등 A사의 기술력을 높이 평가했다. 결국 저금리 대출 갈아타기에 성공했다.

산업폐기물 전문처리업체 B사는 폐기물처리 기술에 대한 기술등급 부여가 불가능하거나 극히 제한적일 것이란 편견을 뒤엎었다. 침출수 처리에 대한 핵심기술과 노하우를 인정받아 신한은행으로부터10억원을 대출받았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연 국가지식재산 네트워크 컨퍼런스. ©중기이코노미

그가 전한 유사한 사례들도 많다. H중공업에 OEM 방식으로 산업용 모터·감속기를 납품하는 C사는 2013년 매출이 크게 줄면서 대규모 적자를 냈다. 신규운전자금 유치에 나섰지만 재무제표가 악화돼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다. 신한은행은 이 회사 보유기술이 모방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5억원의 대출을 시행했다.

이렇듯 기술금융은 최첨단 ICT 기술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향료, 폐기물, 기계산업까지 포괄하며 적자기업과 하청업체에도 문호가 열려있는 셈이다. 물론 ICT 기업의 사례도 있다.

2012년 온라인 모바일 게임·SW개발 관련 창업을 시작한 D사는 2012~2013년 매출을 전혀 내지 못했다. 담보대출에 이어 신용대출 길도 막힌 상황. 신한은행은 이 회사가 가진 SW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고 기술금융으로 2억원을 수혈했다.

신한은행.   ©중기이코노미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술금융이 만능열쇠는 아니다. 신한은행은 기술과 업종의 연관성이 낮은 부분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밝힌 바 있다. 기술가치 자체에 대한 평가는 물론 이를 통한 사업화 및 기업경영 기여도를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화학연구소 고영주 대외협력본부장은 기술가치평가가 쉽지 않은 현실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대기업의 신기술 투자 회피와 공정거래 문화 부족이 기술가치 평가 미흡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업은 추격자형 혁신패턴으로 신기술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고, 중소기업은 신기술을 개발한다 해도 시장에서 대기업과 공정거래가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해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거래시장은 물론 기술금융 부문에서도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다.

더욱이 중소기업은 기술혁신역량 자체가 부족한데다 연구개발을 위한 재원, 인력, 사업화인프라, 마케팅 역량 등이 전반적으로 부족해 기술금융은커녕 기술을 구축하는 과정까지도 요원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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