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영상 스틸컷. <자료=대명문화공간>

80·90대 늙은 부모를 둔 40·50대 관객을 기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20대 젊은 관객이 압도적이란다. 진모영 감독의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이야기다. 지난달 27일 개봉한 이 영화,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이 영화는 9일에만 3만4854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일일 박스오피스 3위, 한국 영화 중 1위에 이름을 올렸다. 개봉일 7위로 출발했던 것을 감안하면 ‘역주행’에 ‘회춘’을 몸소 시연하고 있는 셈이다.

누적 관객도 30만5187명으로 13일만에 30만 관객 고지를 밟았다. 다큐멘터리 영화 역대 최단기간 신기록이다.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영화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워낭소리'는 개봉 25일만에, 이태석 신부의 일생을 다룬 '울지마 톤즈'는 개봉 4개월만에야 이 고지에 설 수 있었다.

‘님아…’는 89세 소녀감성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로맨티스트 조병만 할아버지가 함께 한 ‘연애같은’ 76년 결혼생활을 다룬 영화다. 정확히는 그 76년의 마지막 1년3개월을 담아냈다. 공중파에 소개된 부부의 사연에 반한 진 감독이 이들과 가족을 설득해 다큐멘터리로 찍어냈다. 고운 빛깔의 커플 한복도, 꽃을 꺾어 머리에 꽂아주는 로맨티시즘도, 할아버지 생신날 자식들이 벌이는 다툼도 각본이나 감독의 의도에는 없던 것이다.

그렇게 알콩달콩 살아가던 이들 부부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귀여워하던 강아지 ‘꼬마’를 갑자기 잃고 할아버지는 점점 기력을 잃어간다. 비 내리는 마당, 할아버지의 기침소리, 그리고 할머니의 예감… 영화는 이들 장면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할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담아내 영화를 ‘극적’으로 만들 욕심도 부리지 않았다. 죽음이 두 연인의 사랑을 위대하게 만든 것처럼, 담담한 시선은 영화의 중심을 끝까지 단단하게 잡아준다.

진 감독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예상 외로 20대 관객이 많은 것은 ‘계산적인’ 사랑에 대한 자기반성이자 ‘완전한’ 사랑에 대한 목마름의 표현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과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 간의 간극, 왠지 이 시대 젊은이들이 짠해지는 대목이다. 늙은 부모를 그리워하거나 걱정하는 장년층 관객과, 자식뻘 되는 20대 관객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영화가 나와줬다는 것도 반갑다.

스키장과 워터파크, 콘도미니엄으로 유명한 대명그룹이 계열사 대명문화공장을 메인 배급사로 내세운 첫 영화다. 데뷔작부터 다양성영화를 골랐는데, 신통하게도 대박을 낼 수도 있게 됐다. CGV아트하우스도 공동 제공·배급을 맡았다.

놀랍게도 이 영화는 진모영 감독의 장편 다큐멘터리 데뷔작이다. 진 감독은 스스로 ‘워낭소리 키드’를 지칭한다. 이충렬 감독의 2008년 작 ‘워낭소리’는 우리나라 다큐멘터리 영화의 상징과 같다. 소수의 개봉관에서 출발해 입소문을 타고 293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창대한’ 성공적 다양성영화의 전형이다. ‘워낭소리 키드’처럼, 훗날 ‘님아 키드’가 새로운 영화를 들고 우리 영화판을 풍요롭게 해줄지 기대해 보는 것도 즐거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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