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0세 연장법이 2016년 시행을 앞둔 가운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최고 37.5%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계는 정년 60세 연장을 기업 인건비 부담 차원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며 반박에 나섰다.

 

이지만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고용노동부가 주최한 장년고용포럼 공개토론회에 참석해 “정년 60세 연장법 시행으로 기업 인건비가 37.5%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임금피크제 실시와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 교수가 정년 60세 연장법이라 불리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으로 인한 영향을 시뮬레이션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25%다. 여기에 5년치 연공승급률인 12.5%를 더하면 37.5%까지 인건비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기업은 인건비를 절감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기존의 연공급제(호봉제) 임금체계를 노동생산성과 기업 성과에 연동된 임금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면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경우추가 인건비는 최고 37.5%에서 17.5%로 감소한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란 일정 연령이 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은 보장하는 제도다. 

삼성전자, SK텔레콤, LG화학, 두산중공업,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이 도입했고 현대자동차는 노조의 반대로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100인 이상 사업장에서의 임금피크제 도입 비율은 2011년 12.3%, 2012년 16.3%, 2013년 17%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 교수가 제안하는 임금개편안은 호봉제 연공급제를 성과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 교수는 “연공급제가 고도성장기 사회에서는 효과적이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기에는 부담이 되는 임금체계임에 틀림없다”며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정부도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하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업에 대한 지원금을 1인당 연간 840만원에서 향후 1080만원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용노동부 이수영 고령사회인력심의관은 이날 세미나에서 “임금피크제 지원금을 확대하고 직무·성과 중심으로 임금체계를 개편하는 정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나이 보다 능력이 우선”이라고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역시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가 심각하다면서 지난달 26일 “정규직은 한번 뽑으면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고 임금피크제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노동시장유연화를 강조한 바 있다.

노동계는 기업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임금피크제와 임금체계 개편에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유정엽 정책실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정년 60세 연장 등의 장년고용대책은 국민의 노후소득보장, 생산가능인구 유지 등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 접근해야한다.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차원에서 국가적 캠페인 하듯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법적 정년이 60세가 되더라도 ‘체감정년’은 50세도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 정책실장은 “노동현장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사고가, 승진제도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정년 50세도 지키기 힘든 상황이다. 정년이 60세로 연장된다고 해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없는데 기업 부담을 덜어준다는 명목으로 장년층의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금체계는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것이 유 정책실장의 입장이다. 정년 60세 연장법이라 불리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의2(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체계 개편 등)에 따르면 “정년을 연장하는 사업장의 사업주와 근로자는 사업장 여건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듯 노사 협의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라는 것이다. 

유 정책실장은 “임금피크제나 임금체계 개편을 무조건적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임금체계 개편이 가능한 업종의 특성과 기업문화 등을 고려해 노사에서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