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 엠넷미디어(엠넷), 네오위즈벅스(벅스) 등은 음원상품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188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공정위는 음원유통업체들이 공급조건을 담합해 중소업체의 경쟁력 있는 상품 출시를 막고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줬다며 이 같은 처분을 내렸다.

#2. NHN(네이버)은 판도라TV 등의 동영상업체의 동영상을 유통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업체들의 ‘상영전 광고’를 자사에서는 넣지 못하도록 했다. 상영전 광고는 동영상 업체들의 주수입원인데 NHN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거래를 했다면서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NHN은 다른 사업자에 불이익이 되는 행위를 강제하지 않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6년간의 법정싸움 끝에 공정위는 패소했다. 디지털콘텐츠의 불공정거래를 놓고 사회적 관심이 쏠린 사건이었다.

신영수 경북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11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한 ‘디지털콘텐츠 공정거래 콘퍼런스’에서 “디지털콘텐츠 업계는 불공정거래가 발생하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제작 부문은 아이디어나 기술이 중요해 중소기업과 영세사업자들이 많이 뛰어들지만 유통 부문은 네트워크망이 필요해 대기업이 주로 진출한다. 거래조건에서 차이가 나다 보니 불공정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낮은 단가에 납품할 것을 요구하는 유통업체의 ‘단가 후려치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납품가격 산정이 어려운 디지털콘텐츠 고유의 속성 때문이다. 신 교수는 “제작 부문은 노동 및 기술집약성이 강하고 소요비용이 크지 않은 반면, 제작된 콘텐츠의 상품성과 매출액은 예상하기는 어렵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유통업체의 요구에 따라 값싼 가격에 납품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201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콘텐츠산업 거래실태조사에 따르면 불공정거래로 인한 산업피해액은 연간 4700억원에 이른다. 전체 콘텐츠사업체의 56.9%가 ‘불공정거래를 경험했다’고 했고 70.2%가 ‘불공정거래가 심각하다’고 답했으나 피해 업체의 3.6%만이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불공정행위를 바로잡기 위해 나온 것이 디지털콘텐츠 표준계약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최근 디지털콘텐츠 부문 거래단계별 표준계약서를 개발, 보급했다. 표준계약서 이용을 확산시키고 피해업체를 구제하기 위한 ‘디지털콘텐츠 상생협력 지원센터’도 개소했다.

표준계약서 개발에 참여한 선문대학교 고형석 법학과 교수는 이날 콘퍼런스에서 “공정거래 기준과 표준계약서 내용을 확실하게 인지해 활용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표준계약서 필수기재사항에 대금결정 요건, 대금조정 요건 등이 포함돼 공정거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두계약을 맺었을 때 이를 입증할 자료가 없어 피해를 보는 기업이 많았다는 것이 고 교수의 말이다. 고 교수는 “제조사가 유통업체에 대금 지급을 요구했으나 상품의 시장성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훨씬 낮은 금액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서면계약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래부가 개발한 디지털콘텐츠 표준계약서는 제작(도급·하도급)과 유통(위탁판매·중개·퍼블리싱) 분야로 나뉜다. 

제작 분야 표준계약서에는 하도급법상 필수기재사항으로 부당한 대금결정과 감액 행위 등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부당한 대금결정이란 사업자가 대금을 결정할 때 시장에서 판매되는 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밖에 원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일정금액을 할당한 후 지급금액에서 그 금액을 빼는 행위,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수급자를 차별 취급해 낮은 대금을 결정하는 행위, 수급사업자에게 다른 사업자의 견적을 보내 낮은 금액을 강요하는 행위, 거짓 견적을 보여줘 수급사업자를 속여 대금을 정하는 행위 등도 있다.

원사업자의 부당한 감액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도 있다. 거래당시 대금감액에 대한 조건을 명시하지 않고 대금지급 시 갑자기 불합리한 이유로 감액을 일삼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항이다.

여기에는 대금을 현금으로 지금하거나 지급일 전에 지급하는 것을 이유로 과도하게 감액을 요구하는 행위, 대금지급 시점에 물가·자재가격 등이 납품 시점보다 떨어진 것을 이유로 감액하는 행위, 원수급자의 경영적자로 인한 감액,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하는 고용보험료,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그 밖의 경비를 부담시키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유통분야 표준계약서의 필수 기재사항에도 상품대금의 지급수단 및 지급시기 등이 포함됐다. 이를 통해 대금 관련 불공정 거래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미래부는 기대하고 있다. 

표준계약서의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 여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표준계약서가 있어도 유통업계에서 채택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아니냐는 얘기다.

이에 대해 고 교수는 “표준계약서의 취지는 불공정거래를 직접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서 문화를 정착시키고 계약내용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면서도 “‘갑’이 요구하는 계약서에 사인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을’ 입장에서 표준계약서를 제안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