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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상품권 늘리면서 소상공인 상권 위축 소비자·소상공인 위한 ‘상품권법 제정’ 필요성 주장 나와

기사입력2014-12-16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백화점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상품권 발행이 늘어나는 가운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상품권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사진=뉴시스>

대기업이 상품권 발행을 늘리면서 소상공인들의 상권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 김정원 소상공인정책실장은 홍익표의원실과 경실련 시민권익센터가 12일 함께 연 ‘상품권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대형마트나 SSM이 소상공인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는데다 상품권까지 발행하면서, 소상공인 상권은 더욱 축소되고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은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실장은 “대기업 발행 상품권의 계열사 및 타사 제휴를 통한 사용을 제한하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중소기업 제휴 압력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품권)법 시행 초기에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적용대상에서 한시 보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상품권법은 지난 1961년 최초로 제정됐으나 1999년 폐지되면서, 상품권 발행은 전면 자유화됐다. 이로 인해 상품권 시장은 급증했지만, 크고 작은 문제점이 노정되고 있다.

상품권 발행이 자유화되면서 현재 우리나라 상품권 발행 규모는 정확한 통계조차 내기 힘든 상황이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운영위원인 대진대학교 법학과 김영균 교수는 국회 국정감사 자료를 근거로, 한국조폐공사의 상품권 발행 규모가 지난해 8조2795억원에 달한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백화점 상품권이 6조407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유통업체가 발행한 상품권이 917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정부에서 발행하는 전통시장 전용 온누리 상품권도 5972억원에 달했다.

한국조폐공사의 상품권 발행액

<자료=‘상품권법 제정을 위한 정책토론회’ 자료집>

이처럼 상품권 시장은 크게 확대됐지만 관리는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다양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조사처 임동춘 금융공정거래팀장에 따르면, 국내 한 백화점은 지난해 상품권 발행액 3조1934억원 중 47.3%를 50만원권으로 발행했다. 고액의 백화점상품권을 업무추진비 등의 명목으로 구입한 뒤, 소위 ‘깡’거래를 통해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자금세탁을 하는데 이용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현재는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권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 그 금액을 업체가 갖게 되는데 이것이 부당이득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임동춘 금융공정거래팀장과 김영균 교수는 이같은 미사용 상품권잔액을 소비자에게 돌려주지 않으면 업체가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먼저 상품을 제공하고 돈을 나중에 주는 어음에는 부도라는 것이 있고, 따라서 법으로 규율하고 있다. 상품권은 먼저 돈을 지불하고 나중에 상품을 받는 형식이라 부도가 없지만, 따라서 오히려 어음보다 강력한 규율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가 지난 10월 상품권 발생기업인 한국문화진흥, 해피머니아이엔씨, 한국도서보급 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3개사가 발행한 상품권 미사용으로 인해 얻은 수익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총 471억원에 달했다. 평균 미사용률은 2.5%에 달했다.

이 미사용률 수치를 조폐공사를 통해 발행된 상품권 발행액에 대입하면, 2009년 발행된 3조3783억원이 상사채권상 소멸시효(5년)로 인해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올해 발생할 미사용 상품권금액이 846억원에 달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지난해 발생된 상품권 6조4076억원의 소멸시효인 2018년에는 2074억원의 미사용 상품권 이익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비자가 값을 치르고도 사용하지 않은 상품권 금액이 전적으로 사용자에 귀속되는 “부당이득”의 규모가 수천억원에 달한다는 의미다.

한국소비자원 김성천 연구위원은 “미국의 경우 포기되거나 청구되지 않은 상품권 등에 대해서는 주정부로 귀속한다는 법률이 있는 주가 많다”며, “회사에서는 일정기간이 경과하면 상품권 구매자에게 사용할지 여부를 회사가 확인하고, 일정기간이 넘으면 주정부가 관리하게 된다. 사용을 원하면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청구를 포기하면 공익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이같은 문제가 있지만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현재 상품권에 대한 규제는 ‘상품권 표준약관’,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 등 고시에 산재돼 있을 뿐이다. 이를 통합적으로 관리할 상품권법의 입법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 연구위원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별도의 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구)상품권법의 재등장이 아니라 선불지급수단에 관한 일반법의 제정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선불카드,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상품권과 함께 일반법으로 규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동춘 금융공정거래팀장 역시 “미국과 일본, 캐나다 등의 공통점은 상품권 관련 규제근거 법률을 제공하고 있고, 주된 규제내용으로는 유효기간·수수료·환급·정보제공 등에 관한 것”이라며, “좁은 의미의 상품권을 중심으로 ‘(구)상품권법’의 제정을 통한 방식 보다는 일본의 ‘자금 결제에 관한 법률’이나 미국과 캐나다 등과 같이 넓은 의미의 상품권인 선불지급수단을 총괄해 규제근거를 마련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