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오너리스크 없는 대기업 없다지만, 조현아 부사장 덕분에 대한항공이 처한  위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총수일가가 직원에게 횡포를 부리는 과정에서 항공법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서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됐다. 사안의 본질과 상관없는 곁가지일 뿐이지만 대한항공의 위기관리 능력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모든 사안에서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이 침해됐다는 사실이고, 이 문제에 대해 대한항공이 깊은 반성은 보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먼저 이 사안과 관련해 대한항공이 최초로 발표한 8일 저녁의 입장을 보면, “비상상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항공기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행동이었으며, 이로 인해 승객 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사과 드립니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당시 항공기는 탑승교로부터 10미터도 이동하지 않은 상태로, 항공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습니다”라는 변명으로 이 사과를 재빨리 덮어버렸다.

실제로 이 사건에 의해 발생한 연착은 11분이었고, 이는 항공기가 난기류 등 피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을 때 발생하는 연착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연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며, 원인이 전적으로 회사에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양해해줄 사안이 전혀 아니다.

언론에 보도되기 이전까지는 전혀 사과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다. 한겨레신문이 최근 “이 사건의 ‘유일한 현장 목격자’인 일등석 승객을 대한항공 쪽이 ‘회유’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보도한 기사를 보면, 이 승객은 한국에 도착한 뒤 대한항공 측에 항의를 했으나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야 임원이 전화를 해서, 대한항공 모형비행기와 달력을 사과 차원에서 주겠다는 제의도 했다고 한다. 언론과 인터뷰를 하게 될 경우 사과를 잘 받았다고 얘기해달라는 요청까지 있었다는 증언은 충격적이다.

애초에 고객불편에 대해 사과할 요량이었다면 사건이 발생한 5일 이른 오후나 비행기가 도착한 6일 이른 새벽에 사과가 나왔어야 한다. 이로부터 수일이 지난 이후 조 부사장의 언행이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야 사과의사를 전했다는 점과 언론대응까지 주문했다는 점을 함께 놓고 보면, 회사가 소비자에게 끼친 불편은 안중에도 없고 조 부사장의 안위만을 생각했다는 점이 드러날 뿐이다.  

항공법 등 복잡한 규정을 따지는 것은 국토부와 검찰의 일이다. 폭언과 폭행이 있었다는 의혹은, 만일 사실이라면 조 부사장의 인격은 물론 대한항공 회사의 이미지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도 하다. 이런 문제들로 인한 이미지 훼손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고객에 대한 태도는 오랜 기간 기억에 남을 것이다. 고객으로부터 얻은 신뢰를 지키는 일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리스크 관리’라는 것을 대기업인 대한항공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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