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금융정보 유출사태가 올해 금융소비자에게 가장 뜨거웠던 뉴스로 선정됐다.

금융소비자원은 2014년 금융소비자 10대 뉴스를 발표하면서 “2014년은 대규모 고객정보유출, KB금융지주 인사 사태 등 금융권의 취약한 정보관리 및 인사의 문제가 크게 부각된 한 해였다”라고 평했다. 관치금융의 한계와 폐해가 다시 한 번 확인됐지만 책임규명은 별다른 성과나 효과가 없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금소원은 2014년 10대 뉴스 중 전자금융사기, 금융사의 낙하산 인사, 고객정보 유출 문제,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무산 등 항목이 2013년 10대 뉴스와 크게 다르지 않아 “금융권 고질적 병폐”임이 다시 증명됐다고 잘라말했다.

지난1월20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3개 카드사 당시 대표가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왼쪽부터 손병익 농협카드 분사장,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사진=뉴시스>

1. 대규모 금융정보 유출 사태

올해 벽두부터 금융사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 문제가 크게 터졌다. 금융가는 그야말로 패닉에 빠졌다. 과거에도 유사한 사례가 적지 않았고 각종 정보가 시장의 정보, 국제적인 정보로 유통되고 있었다는 것이 상식처럼 여겨졌고, 대책다운 대책은 없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금융사 정보관리, 국가적 차원의 국민 정보관리가 기초부터 의심을 받으며 시장에 큰 반향을 몰고 왔다. 국민 측에서는 자신의 정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는 계기가 되었지만 만시지탄의 감은 없지 않았다. 피해자의 구제 및 보상이 크게 나아지지 않은 것도 아쉽다.

2. KB금융지주 사태

KB금융지주 사태는 낙하산 인사의 난맥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금융지주사의 회장은 재경부 관료 출신의 ‘모피아’, 최근 부각된 한국금융연구원 출신의 ‘연피아’ 출신이었다. 이들 낙하산 세력들이 영역다툼 하듯 판을 벌인 것이 KB금융지주 사건으로 확대됐다고 금소원은 보고 있다. 이 상황에서 사외이사 칙임문제가 불거졌고 새로 선출된 회장은 금융당국의 견제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있는 가운데 LIG손보의 인수승인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3. ‘서금회’ 등 금융인사 난맥상

금융권 인사는 선거의 전리품쯤으로 취급되는 상황이 재연됐고, 금융관료는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보다는 자리보전에 급급해 바람직하지 않은 인사가 반복됐다고 금소원은 평가했다. 모범규준을 정해 실행하는 등 독립성 확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전자금융 사기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강철호 작가 만평<출처=뉴시스>

4. 전자금융사기 급속 증가

스미싱, 파밍 등 전자금융사기가 하루가 다르게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모든 책임은 피해를 당한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금융환경은 백년하청이다. 올해는 전년도에 비해 피해가 증가하고 전자금융사기에 대한 대책이 효과는 크게 거두지 못하고 있다.

5. 동양사태 등 소송 및 분쟁조정 증가

동양사태는 동양이라는 재벌그룹이 동양증권을 통해 10여년간 사기적 의도를 갖고 장기간·계획적으로 전국의 개미들에게 부실 계열사의 CP, 회사채를 발행·유통·판매해 온 총천연색 금융사기 사건이다. 연초 동양소송을 시작으로 정보유출 관련 소송, CD금리 부당적용 소송 등 소비자 소송이 늘었다.

6. 금융감독원장 경질 조치

지난 11월18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임기를 1년 4개월 남기고 사직했다. 금융권의 관전평은 사직이 아니라 ‘경질’이다. KB금융지주 사태의 관리 문제가 ‘격발요인’으로 꼽힌다.

7.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 무산

금융위는 올해도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에 동분서주, 시장은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금융소비자를 위한 진정성 없는 기관 설립은 자칫 금융위와 금융관료를 위한 퇴직자리 마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금소원은 경고했다.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제대로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훈수와 함께다.

8. 우리은행 매각 또 실패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이 다시 불발됐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아보겠다며 금융당국은 정부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6.97%를 투트랙 방식을 들고 나왔다. 30%는 전체로 넘겨 경영권을 주고, 나머지는 소수지분으로 쪼개 팔겠다는 전략이었다. 역시 시장의 예상대로 이 겨냥은 빗나갔고 소수 지분 매각도 실패했다. 이에 대한 분명한 향후 계획도 나오지 못한 상황이다.

9. 금융사태 관련 감사청구

금소원은 동양사태 및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금융당국과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이를 수용해 감사 실시와 결과발표도 했다. 소비자 피해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것이 금소원의 평가다.

10. 자살보험금 지급 논란

재해사망특약에 가입한 경우 자살을 사고로 분류해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주장에 대해 보험사는 ‘실수’로 약관에 넣지 못한 것이고 자살자에게 재해보험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은 가입자들에게 자살을 부추길 수 있는 것이라며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다수의 보험사들이 실수로 ‘자살’을 재해사망에 포함하는 모호한 표현으로 한 것이기에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감독당국의 지시에도 보험사들은 소송 제기 등 거세게 저항하며 도대체 말을 듣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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