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T 신용완 대표이사

직원들이 모두 외근 중이라, 선생님의 짜증섞인 전화를 받은 사람은 대표인 필자였다. 급한 마음에 학교로 부리나케 달려갔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멀티미디어 교실의 네트워크장비 전원을 켜지 않아 작동하지 않은 것이었다. 선생님은 멋쩍어하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수업을 이어갔다.

1990년대 초반부터 전국적으로 학교에 컴퓨터가 보급됐다. 검은색 플로피 디스켓을 들고 다니며 시스템에 자료를 입력하고, XT·AT 컴퓨터의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라는 개념도 도입됐다. 요즘 학생들은 박물관에 가서야 볼 수 있는 오래된 컴퓨터지만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는 흑백 모니터를 컬러 모니터로 바꾸고, 학교에서 동영상 수업과 화상 교육을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교실 시스템’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교육청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전국 규모의 거대한 사업이었다. 지금의 HD 화질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당시에는 이 획기적인 시스템을 통해 화려한 컬러의 동영상과 영화를 컴퓨터에서 볼 수 있게 됐고, 영어나 컴퓨터 등의 시청각 교육도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한 교실, 한 컴퓨터’ 안에서 가능했다.

학교에서 동영상 수업과 화상 교육을 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교실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국내 유일의 시스템이라는 자만심에 빠져 기술개발과 A/S 등 판매 이후의 서비스에 소홀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사진=위키피디아>

물론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다. 멀티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좋은 정보뿐만이 아니라 불법 성인물이나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 등도 유통됐기 때문이다. 기술발달 만큼이나 잘못된 그리고 나쁜 정보 등의 불법유통도 함께 진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필자는 이 사업을 하면서 또 한 가지 큰 실수를 했다. 교사연수 및 멀티미디어 교실 시범수업을 진행하면서, 국내 유일의 시스템이라는 자만심에 빠진 것이다. 또 매년 예산이 늘어나 특별한 무엇을 하지 않아도 수요는 증가할 것이라는 오판에 빠졌다. 그렇게 기술개발과 A/S 등 판매 이후의 서비스에 신경쓰지 못했다. 자연히 학교에서 불만이 쌓여가면서 반품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판매량보다 반품량이 많아졌다.

이렇게 ‘국내 최초’라고 떠들고 다니던 멀티미디어 교실 사업은 대기업의 시장 진출과 시스템 불안정 등으로 실패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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