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디를 가도 이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이다. ‘비선실세’ 의혹 논란마저 잠재울 정도다. 비뚤어진 특권의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윤리의식도 잃어버린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언행은 사회적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사과의 진정성 여부가 다시 논란거리가 됐지만 이를 뒤로하고, 항공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기관인 국토교통부의 이번 사건 조사가 절차상 공정했는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국토부 서승환 장관은 16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와 관련 “국토부 조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항공감독관) 6명 가운데 사고 경위를 따지는 위원은 국토부 공무원 4명이며, 대한항공 출신인 항공안전감독관 2명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 의견을 공무원들에게 전달할 뿐이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하고 감독관 가운데 대한항공 출신 2명을 해당 항공기의 박창진 사무장 조사에 참여시키고, 조사 현장에 대한항공 임원을 동석시킨 국토부의 조사행태는 절차상 공정성이 크게 훼손됐다. 특히 조사당시 대한항공 임원과 박 사무장이 함께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임원들은 밖에 있었다”고 국토부는 해명했다가 얼마되지 않아 “19분 동안 동석했다”고 번복했다. 참여연대가 거짓이라고 반박하면서 국토부는 그제서야 말을 바꾼 것이다. 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질 수 없었던 대목이다. 게다가 국토부는 목격자 명단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대한항공은 이미 관련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오락가락한 국토부의 해명은 결국 불신을 자초한 셈이다.

벌써 2년여전의 일로 기억된다. 당시 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상득 전 의원의 사건 재판을 담당했던 부장판사가 ‘개인적 친분은 없지만 같은 교회에 다닌다’며, 재판 재배당을 요청해 세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혹시라도 이런 인연 때문에 공정성 시비가 생길까 우려해 애초에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한 결정으로 판단된다. 대한항공 봐주기 조사 의혹이 끊이지 않자 국토부가 자체감사에 착수한다는 소식도 뒤늦게 들린다. 어느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사법부 마저도 그러할진데, 국토부가 조사과정 처음부터 ‘대한항공(감독관·임원)’을 배제했다면 어땠을까.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