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창업자들이 몰려든 창업박람회 모습<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벤처·창업박람회 축사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의 중심에는 벤처·창업기업인 여러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창업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하지만 한국의 창업비용은 중국의 30배에 달하며, 창업여건은 세계 34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세계은행의 중소기업 환경평가를 분석한 ‘한국의 창업여건 국제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에서 내국인 5명이 1인당 국민총소득(GNI) 10배 규모를 자본금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할 경우 들어가는 행정비용은 35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창업에 필요한 행정절차 단계와 걸리는 시간,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창업여건에서는 세계 34위로 평가됐다. OECD 34개국 중에서는 10위에 올랐다. 전체 1위는 뉴질랜드였으며 이어 캐나다, 싱가포르, 호주, 홍콩 등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한국은 창업 시 행정절차에 걸리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지만 필요한 비용은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같은 조건으로 중국에서 창업을 할 경우 필요한 행정비용은 12만원으로 한국의 1/30에 불과했다, 중국의 1인당 GNI에 비하면 2% 수준만 지출하면 창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국은 1인당 GNI 대비 14.6%가 필요했다. 

 

일본은 한국보다 많은 38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1인당 GNI 대비 7.5%가 필요할 뿐이어서 소득을 고려할 경우 한국보다 필요 행정비용이 더 적었다. 미국은 80만원으로 1인당 GNI의 2%, 뉴질랜드는 13만원으로 1인당 GNI의 0.3%만 들이면 창업이 가능했다. 

한국에서 창업을 할 때 필요한 행정비용을 세부적으로 보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법인등록면허세 관련이었다. 출자가액의 4/1000와 등록세의 20%에 해당하는 교육세가 적용됐다. 이외에 법인인감 제작 3만원, 잔액증명 신청 2000원, 법인설립등기신청 1만원 등은 비중이 크지 않았다.

법인등록면허세의 경우 자본금과 소재지에 따라 달리 부과되며, 산업기술단지 입주기업의 경우 감면된다. 또 벤처기업, 창업중소기업, 1인창조기업은 면제 대상이다. 하지만 수도권과밀억제권인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창업할 경우 높은 법인등록면허세를 부담해야 한다.

중기청에 따르면 2012년 창업한 7만4162개 기업 중 서비스업종이 63.3%이며, 이중 63.7%가 서울과 경기지역에서 창업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면이나 면제를 받는 경우보다 법인등록면허세를 부담해야 하는 법인 수가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국제무역연구원은 “창업 활성화를 위해 모든 창업기업의 등록면허세를 면제하는 등 획기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절차와 시간 짧지만 복잡한 면 있어 

 

한국에서 창업 시 필요한 행정절차를 밟는 시간은 동아시아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지만 복잡한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에서 법인을 설립할 때는 법인인감 제작, 잔액증명 신청, 법인등록세 신고와 납부, 법인설립등기 신청, 사업자 등록 및 4대보험 신고 등 5단계의 행정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중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단계는 3일 가량이 걸리는 법인설립등기 신청이었다. 나머지 단계를 합쳐 총 5단계의 절차를 밟는데 걸리는 시간은 도합 5.5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의 6단계, 5일과 비슷한 수준이다. 

 



<자료=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동아시아 국가 중 일본은 22일, 중국은 33일이 걸려 한국의 행정절차 시간이 크게 짧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 싱글사인온(Single-Sign-On) 시스템을 활용하고 2010년부터 온라인법인 설립시스템을 개설하면서 절차가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국세청·등기소·지방세무소 등 여러 기관이 관련돼 있어 절차가 복잡하고 연동 시스템 구동에 따른 소요시간도 길어지는 것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국제무역연구원은 “뉴질랜드처럼 한 기관에 등록하는 것만으로 절차가 완료될 수 있도록 창업절차를 단순화해 예비창업자의 편의성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