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의 시작은 레이첼 제이콥스라는 호주인의 페이스북이었다. 제이콥스에 따르면 인질극 사건이 벌어진 직후 히잡을 쓴 무슬림 여성이 지하철을 탔다. 때가 때인지라 지하철 내 시선은 모두 그 여성에게 쏠렸다. 사람들 시선에 두려움을 느낀 무슬림 여성은 히잡을 벗었다. 제이콥스가 “히잡을 다시 쓰세요. 제가 같이 걸을게요”라며 위로하자 그 여성이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다.

이 글을 접한 호주 네티즌들은 소셜네트워크에 ‘같이 타드릴게요’라는 해시태그(#Illridewithyou·특정 키워드를 공유하는 것)를 걸어 글을 올리고 있다. 대중교통 이용에 두려움을 느끼는 무슬림들에게 함께 타주겠다고 손을 건네는 것이다. ‘함께 걸을게요(#Illwalkwithyou)’라는 해시태그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캠페인을 통해 실제로 무슬림들이 대중교통을 탈 때 도움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잠시 웹상에서만 유행하다 자취를 감추는 해프닝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캠페인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조선족(중국동포) 혐오증과 겹쳐져서다.

지난 11일 조선족인 박춘봉이 살인 및 시신 유기 혐의로 체포됐다. 여성을 살해한 뒤 토막을 내 산에 버린 끔찍한 범행이었다. 범행수법은 2012년 토막살인을 저지른 조선족 오원춘과 유사했다. 또다시 조선족의 잔혹한 범죄가 입방아에 오르자 조선족에 대한 혐오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조선족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인터넷을 중심으로 ‘조선족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를 모두 쫓아내야 한다’, ‘다문화정책은 이미 실패했다’는 글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경찰청의 인구 수 대비 범죄자 통계에 따르면 조선족의 범죄율은 내국인 보다 낮은 수준이다. 일부 조선족들이 범죄를 일으킨 것은 맞지만 조선족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 집단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아무도 범죄자 유영철과 조두순, 강호순을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비난하지 않는다. 한국인이 범죄를 하면 개인의 문제고, 조선족이 범죄를 하면 조선족이 문제라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

인질극 사건이 벌어진 뒤 호주의 토니 애벗 총리는 “과거 테러행위를 자행한 아일랜드 공화국군(IRA)은 모두 가톨릭 신자였지만 아무도 교황을 비난하지는 않았다”면서 이번 사건과 이슬람교를 연결짓는 것에 선을 그었다. 한국사회에서 벌어지는 조선족 범죄도 그렇다. 범죄자는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 범죄 위험이 높은 외국인을 국내 입국과정에서 걸러내지 못했다면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태도는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