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프랑스 여행 중 휴대폰이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하루가 지나서야 알게 됐다. 분실 접수를 하려고 했으나 이미 700만원의 요금이 부과된 뒤였다. A씨는 “대체 그 많은 통화를 한 전화기로 사용했다는 사실조차 믿기 어렵지만 구제받을 방법은 없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23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올해 들어 접수된 해외여행 시 휴대폰요금 과다 청구 사례가 31건이라고 밝혔다. 피해금액은 적게는 100만원대에서 많게는 700만원으로, 고가의 휴대폰을 가진 한국인 관광객들이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고 컨슈머리서치는 말했다.

도난 휴대폰 요금 과다 청구는 음성통화를 통해 주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정 금액이 넘으면 자동으로 차단되는 데이터요금과 소액결제와는 달리 음성통화는 자동차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음성통화 사용량이 이용자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기준을 적용해 자동차단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고객센터에서 소비자 이용 패턴에 감안한 개별적인 판단을 통해 자동차단 등의 조치를 한다고 하지만 그 조차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컨슈머리서치는 밝혔다.

컨슈머리서치에 따르면 로밍된 휴대폰으로 해외에서 전화를 걸 경우 24시간에 러시아는 856만원(LGU+ 기준), 미국은 468만원(SK텔레콤 기준), 프랑스는 410만원(KT 기준)의 요금이 부과된다.

수백만원의 ‘요금 폭탄’을 맞아도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은 크지 않다. 여행자보험에 가입한 경우 단말기에 한해 최대 20만원까지 보상이 될 뿐 음성통화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 휴대폰보험 가입자 역시 단말기에 대한 보상 금액인 최대 100만원(자기부담금 20~25%)이 전부다. 

결국 해외여행지에서 휴대폰을 도난당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또 해외여행을 할 때는 휴대폰 단말기에 비밀번호 설정하고 데이터 및 소액결제는 차단해 두는 것이 좋다. 해외에서 유심칩을 구입하거나 선불폰을 사용하는 것도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해외여행 중 휴대폰을 분실했다면 24시간 운영되는 로밍센터 (SK텔레콤 +82-2-6343-9000, KT +82-2-2190-0901, LG유플러스 +82-2-3416-7010)에 곧바로 접수하고 현지 경찰에 분실신고를 한 뒤 증빙서류를 받아야 보험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고 컨슈머리서치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