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출기업의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한중FTA 타결이었다. 지난 11월 정부가 한중FTA를 실질 타결하면서 중국의 거대시장을 제2 내수시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제조업 등을 비롯 중국과의 경쟁 심화로 오히려 시장이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중국으로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3년 대중(對中) 수출은 1458억7000만달러, 수입은 830억5000만달러다. 투자금액도 가장 많다. 현재까지 중국에 설립된 한국 법인 수는 약 2만개이며, 지난해 한국의 대중 투자금액은 50억9748만달러였다.

이번 FTA를 통해 한중 양국은 전체 품목 90% 이상의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FTA 발효 시 중국 정부에 부과됐던 관세 연 87억달러(약 9조6000억원)가 즉시 철폐된다. 이에 따라 대중 수출기업들은 중국 현지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관, 인증 등의 비관세 장벽도 완화된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최근 발행한 ‘한중FTA의 對중소기업 영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중국의 CCC인증이 완화될 경우 그간 수출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의약품, 놀이터·공원 시설물, 방송통신 장비, 뿌리산업 관련 장비들이 수혜를 볼 것”이라며 “48시간 내 통관원칙과 관세위원회 설치 등은 그간 중국진출에 어려움이 컸던 중소기업의 판로 확장에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TA 타결로 내수기업들도 중국 교역에 나설 조짐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한중FTA 타결 후 국내 70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내수위주기업의 과반수가 FTA를 계기로 중국과의 교역을 추진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중FTA가 가져올 효과로는 ‘비관세장벽 완화, 지적재산권 보호 등 현지애로 해소’(34.4%), ‘관세철폐에 따른 가격경쟁력 제고’(32.3%), ‘일본 등 경쟁국보다 유리한 수출여건 확보’(14.3%) 등이 꼽혔다.

제조업 부문에서는 중국이 밥솥과 믹서 등 생활가전, 패션기능성 의류, 스포츠·레저용품, 건강·웰빙제품 등의 소비재 시장을 개방했다. 철강과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등 소재는 일부만 개방했다. “향후 수출이 유망한 중소기업 품목을 중국이 개방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산업구조가 유사해, 국내 제조업에 기회만은 아니라는 지적이 많다. 산업연구원 조철 주력산업연구실장은 최근 개최된 한중FTA 대응 세미나에서 “한국과 중국은 산업구조와 품목단위까지 비슷해 한중FTA로 인해 산업간 경쟁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품목 1위인 ‘액정디바이스’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품목 중 4위다. 또 메모리반도체, 자동차부품, 기타무선통신기기부품 등도 한중 양국이 서로 수출입을 많이 하는 품목이다. 한중FTA로 중국 제조업체의 한국시장 진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한편 농수산업 분야에서는 기존 FTA 대비 낮은 수준에서 개방이 이뤄졌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쌀과 양념 채소류(고추, 마늘, 양파), 육고기(쇠고기, 돼지고기), 과실류(사과, 감귤, 배), 생선(조기, 갈치)을 비롯한 주요 생산 농수산물 개방을 차단해 국내 농가의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한중FTA 최대 수혜품목으로 꼽혔던 화장품은 기대했던 만큼의 혜택은 얻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이 자국시장 보호를 위해 화장품을 초민감품목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초민감품목의 경우 개방이 이뤄지기는 하나, 관세를 부분적으로 감축하는 수준에서 협상이 진행된다. 반면 한국은 중국 화장품을 일반품목에 넣고 10년 내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한국에서 받은 화장품 국제공인시험성적서를 중국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된 점은 호재다. 그동안은 중국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아 화장품을 수출할 때마다 일일이 검사를 거쳐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한중FTA 타결로 중국이 국제공인시험성적서를 인정하고 통관을 간소화하겠다고 합의함에 따라 화장품 업체들이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엔터테인먼트 업계도 개방된다. 한중 양국이 상대국 엔터테인먼트 제작사의 지분을 49%까지 보유할 수 있게 되면서 중국 자본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하지만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교직학부 교수는 최근 열린 지식재산 보호전략 세미나에서 “한중FTA 타결은 국내 방송시장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이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을 흡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에 수출 또는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상표권 확보가 필수다. 특허청에 따르면 국가별 대중 수출액은 한국이 1위지만 중국 내 상표 출원 건수는 7위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표권을 제대로 확보하지 않고 현지시장에 진출했다 낭패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