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합업종 ‘지정품목 줄고 자율합의는 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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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업종 ‘지정품목 줄고 자율합의는 늘고’ 전경련 “폐지” 중기단체 “법제화” 동반위는 모순된 입장만

기사입력2014-12-31 14: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민간 자율의 상생협약이 적합업종 재지정을 대신함에 따라, 적합업종 지정품목이 보다 줄어들 것이 예상되고 있다. 적합업종 폐지 또는 품목 최소화를 주장한 전경련과, 법제화를 주장한 중소기업간의 적합업종 논란을 짚어본다. ©중기이코노미

장면1. 지난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활동 관련 규제개선 과제 628개를 4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관련부처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 중 동반성장위원회에는 동반성장지수 산정 관련 2건과 함께 중소기업 적합업종 폐지를 건의했다.

전경련은 “적합업종제도는 미합의 시 동반위가 자체 대안을 제시하고, 합의안 미이행 시 강제화(중기청 사업조정)가 가능한 점에서 과거 실패한 고유업종의 부활”이라고 평가하면서 “적합업종 지정 편익이 중소기업이 아닌 외국기업이 차지하거나, 산업현장의 생산차질 발생 등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부작용이 다수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적합업종제도의 폐지 또는 지정품목 최소화, 엄격한 일몰 적용이 필요하다”고 동반성장위에 건의했다.

장면2. 같은 달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계란유통협회,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등이 참가하는 ‘중소상인도소매적합업종추진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과 대기업을 대변하는 전경련은 올해 3년 만기 시점을 앞두고 꾸준히 적합업종 폐지와 무용론을 제기했다”고 비판했다. 또 “적합업종제도를 법제화 하는 것을 더 이상 늦춰서는 안된다”며 국회 상임위에 계류중인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를 위한 특별법’의 처리를 촉구했다.

이처럼 전경련과 중소기업·소상공인 간에 벌어진 적합업종 논란은 어떻게 끝났을까? 아직 완료된 것은 아니지만, 현재까지의 상황을 놓고 보면 적합업종 지정품목이 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로 권고기간이 만료되는 적합업종 품목 82개 중 연장신청을 통해 재합의가 추진된 품목은 모두 77개다. 이중 지난 10일 개최된 제32차 동반성장위원회 기준으로 26개 품목은 논의가 완료됐고, 51개 품목은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다.

올해 기간이 만료되는 적합업종 재지정 현황

<자료=동반성장위원회>

26개 품목 중 재합의가 이뤄진 품목은 모두 12개였다. 재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품목 중 3개는 시장감시 결정이 내려졌다. 이것은 대기업의 중소기업 사업영역 침해를 주기적으로 확인해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적합업종 권고 여부를 재논의 하자는 것이다.

11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자율협약이 맺어졌다. 적합업종 권고를 하지 않는 대신 업체들간의 자율합의를 체결한 것이다.

적합업종 권고 대신 업체간 자율합의를 하는 상생협약 모델은 이번 적합업종 재합의 기간 중 동반위가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사항이다. 동반위는 지난 6월 발표한 ‘적합업종 제도 운영개선 방안’을 통해 “적합업종 권고보다는 업계간 자율협약을 통한 해결방안을 우선 모색한다”는 원칙을 밝힌 바 있다. 자율협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우에도 “업계간 자율합의를 원칙으로 하되, 합의가 어려워 일방 당사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적합업종 실무위원회에서 합리적으로 중재하겠다”며, 자율합의 원칙을 강조했다.

이같은 방침은 올해 8월 취임한 안충영 동반위원장이 9월 발표한 5대 중점과제 중 ‘중소기업 적합업종의 발전적 운영’ 내용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동반위는 적합업종 운영 추진 방향으로 “적합업종의 운영이 대기업의 양보와 중소기업의 보호라는 이분법적 틀에 머물러 대립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발전적인 제도운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민간자율 합의를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을 장려하되, 자율합의가 안되는 경우 적합업종 권고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율합의를 강조하면서 적합업종을 줄이고 상생협약은 늘려나가는 동반위의 모습은, 적합업종 폐지에 동의할 수 없지만 법제화에도 반대하는 입장과 마찬가지로 모순돼 보인다.

동반위는 지난 6월 발간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의 의의와 쟁점’ 연구보고서를 통해 “적합업종 제도의 폐지를 통해 시장경쟁과 형평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은 대기업의 시장 지배가 강화돼 중소기업의 신규진입을 실질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견해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제화 시도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전의 고유업종 제도는 정부가 직접 지정하고 시행령 별표에 이를 명시하며 이를 위반한 경우 법적 제재를 받게 돼 있어서, 법으로 일단 정해지면 폐지가 힘들고 어떤 업종을 중소기업의 고유한 사업영역으로 지정할 것인가가 더욱 논란의 대상”이었으며, “법에 근거한 강제적 규제는 오히려 대기업들이 법의 허점을 이용해 빠져나갈 수 있는 소지를 제공해주어 효과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능하다”는 문제점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적합업종을 법제화할 경우 “상호주의에 입각한 국제무역관행에 있어 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는 이유도 제시했다.

적합업종 법제화가 통상마찰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오영식 의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앞서 발표한 자료를 통해 “WTO는 US-Gambling에 대한 상소기구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 도박 및 내기 서비스의 공급을 규제, 금지한 미국의 관련 국내법 규정은 제14조 규정상 공중도덕을 보호하거나 공공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오 의원은 “적합업종 지정도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 적정 소득분배의 유지,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 남용 방지, 경제 민주화, 중소기업의 보호육성 등 경제 영역에 있어서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당한 국가정책으로 GATS 제14조 일반적 예외조항에 해당된다”며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